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4분기 연속 0%대 성장] 제조업 역성장·수출마저 꺾여… 1%성장 벽에 막힌 한국경제

민간소비·건설투자가 추가하락 막고 있지만 올 3.7% 목표 가물가물

"경기 되살리기 역부족" 초이노믹스 한계 지적도


지난 2011년 이후 15분기 동안 분기 성장률(전기 대비)이 1% 이상을 기록한 때는 딱 두 번이다. 그렇다고 분기 성장률이 과거처럼 1%를 훌쩍 넘어선 것도 아니다. 지난해 2·4분기와 3·4분기의 성장률이 각각 1.0%, 1.1%였을 뿐이다.

그렇다 보니 분기 성장률 1% 달성은 이제 목표가 돼버렸다. 한국 경제가 분기 성장률 1% 달성이 쉽지 않을 정도로 '저성장'이 고착화돼 있다는 얘기다.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도, 금리를 낮춰도 성장률을 끌어올리기보다는 '더 떨어지는 것을 막는 효과'만 작동되는 실정이다.


◇3·4분기 성장률, 1·4분기 수준으로 회복은 했지만=24일 한국은행이 밝힌 올해 3·4분기 성장률은 0.9%다. 2·4분기에 0.5%로 추락했던 성장률이 0.9%까지 올라선 것으로 이는 올해 1·4분기의 0.9%와 같다.

정부는 성장률이 회복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의 영향으로 2·4분기에 둔화됐던 성장률이 3·4분기에 다시 1·4분기 수준으로 회복된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면서 "재정지출에 따른 건설투자 회복, 소비 회복 등을 보면 경제정책의 효과가 묻어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민간소비가 1.1%, 건설투자가 3.9% 증가한 데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이다. 민간소비는 2·4분기 때 0.3% 줄었고 건설투자는 0.4%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3·4분기에는 확실히 좋아졌다. 0.9% 성장하는 데 민간소비와 건설투자가 그나마 버팀목 역할을 했다. 부동산 규제 완화, 막대한 재정투입 등을 했던 최경환 효과로 풀이된다.

◇제조업 금융위기 이후 첫 감소, 수출도 마이너스=문제는 성장의 내용이다. 제조업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9% 줄어 2009년 1·4분기(-2.4%) 이후 22분기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액정표시장치(LCD), 스마트폰 등 전기전자기기를 중심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크게 떨어졌고 현대자동차의 파업과 엔저 여파 등으로 기업들의 실적이 나빠졌다는 분석이다.


정영택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해외 생산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가 최근 하이엔드(high end·최고급) 시장에서는 애플에 밀리고 로엔드(low end·저가)에서는 샤오미 등 중국 제품의 영향을 받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다"며 "이런 부분이 3·4분기 GDP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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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역성장을 하지 않는 수출은 3·4분기에 2.6% 감소했다. 지난해 3·4분기에 -1.1%를 기록한 후 처음이다. 정 국장은 "통관 기준 수출은 늘었지만 (통관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 가공·중개무역은 감소 흐름"이라며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 증가세가 둔화된 영향이 크고, 특히 반도체·LCD가 가공무역 형태로 생산·수출되는데 이 수출이 줄어든 것이 이번 수치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GDP 편제 개편으로 해외에서 생산하는 부품, 중간재 등 가공무역까지 GDP로 잡히고 있는데 이 실적이 악화되면서 제조업 GDP, 수출 GDP 성적이 좋지 않았다는 얘기다.

경기회복을 이끌어왔던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크게 떨어졌다.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1·4분기 1.2%, 2·4분기 0.4%에서 3·4분기에 -1.0%를 기록했다. 수입은 0.7% 감소해 1분기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기계류, 천연가스 및 운수서비스 등이 줄어든 영향이다.

설비투자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3·4분기 설비투자는 0.8% 감소해 전 분기(1.1%)의 반짝 회복세를 유지하지 못했다. 설비투자는 1·4분기에도 1.9%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LCD·스마트폰 등 전기전자기기를 중심으로 0.9% 감소했다. 국내총소득(GDI)은 성장률의 3분의1 수준인 0.3% 성장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2.9% 성장에 그쳐 지난해 1·4분기(2.9%) 이후 가장 낮아졌다.

◇3.7% 성장 달성 불가능=최 경제부총리는 취임 직후 올해 성장률을 4.1%(신기준)에서 3.7%로 낮춰 잡았다. 하지만 4·4분기에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성장이 없다면 3.7% 달성도 쉽지 않다. 3·4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3.2%에 그쳤다. 1·4분기 3.9%, 2·4분기에 3.5%를 기록하는 등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

최 경제부총리는 최근 외신과의 기자회견에서 "새 경제팀의 경제활성화 대책으로 3·4분기에 1% 성장을 회복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성적표는 0.9%. 3.7%의 높이가 너무 높아 보이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최경환 노믹스'의 한계가 드러난 게 아니냐는 우려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최 경제부총리가 경제심리 개선을 위해 내년까지 40조7,000억원의 재정투입을 단행하고 총부채상환비율(LTV) 등 대출규제 완화로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꾀했지만 빈사상태에 있는 실물경기를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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