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북 잠수함 동향 관련 의 위증


26일 오후4시50분,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 안규백 의원이 질의에 나섰다. " 북한군 동향이 군사 기밀입니까?" 합참 정보처장인 우모 준장이 바로 답했다. "기밀입니다."

이어지는 안 의원의 질의. "그런데 왜 잠수함 50척 (작전) 배치 등 이런 부분이 국방부를 통해 즉각 즉각 나왔나요?" 군이 기밀을 흘린 것 아니냐는 질타에 대해 우 처장은 전면 부인했다. "(보도는) 제가 알고 있는 것과 항상 틀렸습니다." 기자들이 없는 소식을 보도했다는 얘기다.


과연 그럴까. 시계를 지난 23일 오후3시로 돌려보자.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과 전하규 합참 공보실장이 국방부 기자실을 찾았다. 브리핑의 핵심은 '북한 잠수함 전력의 70%(50여척)가 기지를 이탈해 탐지할 수 없다'는 내용. '(특급 보안인) 이런 걸 알려주는 이유가 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는 "이탈률이 평소의 10배다. 아주 이례적이고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브리핑 결과는 익히 아는 대로다. 일촉즉발의 위기 분위기에서 신문과 방송·인터넷 등은 매체를 가리지 않고 긴급 톱 뉴스로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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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잠수함 50여척' 관련 보도가 이런 경로를 통해 나왔음에도 합참은 '기자들이 항상 틀렸다'고 답했다. 묻고 싶다. 국방부 대변인과 합참 공보실장은 유령이었나. 위증과 기자들에 대한 모독을 서슴없이 행하는 다른 이유라도 있는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도 유분수다. 당장 들통날 거짓말의 속내가 궁금하다. 위증죄도 무겁지만 보다 중요한 사실이 더 있다. 문제를 제기하자 군은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여겼다. 장군 한 사람의 실수나 부적절한 답변이 아니라 거짓도 대수롭지 않다는 군의 습성을 상징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군복에, 장병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은가. 우리의 젊은 장병들은 지뢰 폭발로 몸이 날아가는 와중에서도 동료를 챙기고 위기가 닥치자 전역을 연기하며 나라를 지키려 애썼다. 군 수뇌부는 군복과 장병들의 명예를 땅에 떨어뜨리지 말라.

/권홍우 선임기자 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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