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은, 외환보유액 증가세 억제 나서나

"보유 규모 늘면 단기외채 증가등 부작용 적지 않다" 보고서<br>"금융사들 예비유동자산 인식땐 도덕적 해이 우려" 평가도


외환보유액이 불어나면 단기외채가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한국은행의 분석 보고서가 나왔다. 이번 보고서는 정부가 급격한 외화 유출입 차단을 위한 방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데 뒤이은 것으로 외환 당국이 3,000억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외환보유액의 증가 추세를 억제하겠다는 의지를 에둘러 표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은 금융경제연구원은 20일 내놓은 '외환보유액이 단기외채 유입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46개 국가를 대상으로 지난 2000년부터 2007년까지의 연간자료를 분석한 결과 외환보유액이 증가하면 단기외채 증가율도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외환보유액 규모가 늘어날수록 총외채에서 차지하는 단기외채의 비중이 높아져 외국자본 유입구조의 건전성이 악화된다는 것이다. 김승원 연구원 국제경제연구실 차장은 "외환보유액의 비용에 관한 논의가 조달비용과 운용수익의 차이 등에 초점을 맞춰왔다"며 "하지만 보유액 확대는 단기외채 유입 증가와 외채구조 단기화 등의 간접비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부작용이 나타나는 이유로 보유액이 늘어나면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에 따른 외화유동성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므로 민간 경제주체들의 입장에서는 단기차입을 확대할 유인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특히 금융회사들이 외환보유액을 위기 때 사용 가능한 이른바 '예비적 유동자산'으로 인식할 경우 도덕적 해이가 발생해 단기외채의 유입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 뿐만 아니라 외환보유액 증가가 경제주체들의 환율절상 기대심리를 유발해 단기외채 유입을 촉진하는 경로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시장에서는 외환보유액이 늘어날 경우 정부 개입이 많아진 것으로 생각하고 마냥 개입을 계속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에 환율이 절상되고는 한다는 얘기다. 김 차장은 "외환보유액이 단기외채를 유발할 경우 위기예방이라는 '자기보험' 목적 대신에 오히려 유지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며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라도 자본유출입 규제 등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외화보유액은 달러 약세가 진행된 후 유로화나 엔화 평가 자산이 늘어나면서 증가세가 계속돼왔으며 지난달 말 현재 2,902억3,000만달러로 3,000억달러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외환보유액의 과다 보유 수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동시에 3,000억달러로도 부족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 있다. 은행세 부과와 같은 당국의 자본유출입 규제책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지만 한은이 3,000억달러 수준에서 외환보유액을 관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뜻으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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