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충돌 없었지만 재집결 농성
은행 완전정상화 시간 걸릴듯
27일 오전 경찰의 강제진압으로 국민ㆍ주택은행 노조원들의 파업농성은 막을 내렸지만 이들은 집행부의 지시대로 제3의 장소에 집합, 농성을 계속할 것으로 보여 정상영업까지는 많은 난관이 남아있다. 한편 이날 노조원들이 별다른 저항없이 사실상 자진해산함으로써 우려했던 유혈충돌은 없었다.
◇경찰 진압과 노조의 대응=경찰은 이날 오전 8시께 압수수색영장을 제시, 병력투입사실을 통보한 후 병력 7,000여명이 10분여 만에 연수원에 진입했다.
경찰이 연수원에 진입해 모여 있던 노조원들을 둘러싸자 노조 집행부는 경찰병력을 후퇴시킨 뒤 1시간후 자진해산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현 대치상태에서 해산할 것을 종용했다. 경찰은 운동장 안에서 서로 팔을 걸고 누워있는 노조원들과 잠시 대치했고 협상이 결렬되자 9시10분경 부터 강제해산에 나섰다.
경찰은 헬기 2대를 저공비행 시켜 강한 바람을 일으키고 방패 등으로 노조원을 정문쪽으로 밀어내기 시작, 1시간30분만에 진압작전을 마무리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사수대와 몸싸움이 벌어졌지만 대부분의 노조원 들이 이내 자진 해산, 당초 우려됐던 격렬한 충돌은 없었다.
이에 앞서 경찰은 이날 새벽 5시부터 연수원 주변을 에워싸기 시작해 7시쯤 연수원주변을 완전히 포위했다.
8시쯤에는 헬기를 띄워 해산을 유도하는 유인물을 살포하고 여경 등 일부 병력을 동원해 정문 등을 통해 연수원 진입을 시도했다.
한편 노조는 이날 경찰이 진입할 것이라는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새벽부터 준비에 나섰다.
노조 집행부는 이날 새벽 노조원들에게 진입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식사 등을 끝내고 운동장에 집결하라고 지시했다.
따라서 경찰이 연수원에 들어올 당시 대부분의 노조원은 운동장에 모여 있었고 경찰이 건물에 진입, 강제로 노조원들을 끌어내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노조의 향후 움직임=이날 국민ㆍ주택은행 전산요원 600여명은 국민은행 일산연수원을 빠져 나와 경기도 여주군 한국노총 중앙교육원에 재집결했다. 그러나 경찰이 이미 진입을 통제해 더 이상의 노조원들은 들어가지 못하는 상태다.
국민ㆍ주택은행 전산요원들은 이날 공권력투입에 앞서 미리 빠져나와 승용차를 이용, 여주 노총 중앙교육원으로 이동했다.
산중턱 가파른 언덕 위에 위치한 노총 중앙교육원은 대지 5만여평에 건평 3,000여평의 5개동 건물이 있으며 6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숙소와 강당, 식당 등을 갖추고 있다.
경찰병력 투입에도 불구, 국민ㆍ주택은행 노조의 파업농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연말 금융대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두 은행 노조지도부가 이날 노조원들에게 '출근거부, 분회별 투쟁'이란 파업지침을 내려 당분간 노조원의 현업복귀가 어렵게 된데다 금융노련의 은행 총파업도 28일로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김정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