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생활밀착형 업무를 대거 자치구로 넘기고 대신 재정 지원을 늘린다. 내년부터 24개 자치구에 총 2,862억원을 조정교부금을 추가로 지원하고, 소규모 공원의 지하공영주차장 건립 심의 권한과 중앙차로 버스정류소 흡연단속권한 등도 자치구로 내려보낸다. 낮은 재정자립도로 인해 자체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등 '2할 자치'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지방자치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24개 자치구 구청장들은 21일 서울시청에서 '자치분권 실천을 위한 약속' 합의문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이날 발표문에는 시가 자치구에 대해 지급하는 조정교부금을 늘리는 동시에 시의 권한을 자치구에 이양하는 내용이 담겼다. 시는 당장 내년부터 자치구별 지급하는 조정교부율을 현행 21%에서 22.78%로 높여 각 구마다 평균 119억원, 총 2,862억원의 재정교부금을 추가 지원한다.
또 2016년부터 각 자치구의 기준재정수요충족도 100%를 달성할 수 있는 정확한 조정교부율을 산정해 이 수치에 맞춰 시 조례 개정을 통해 조정교부율을 늘려나가기로 했다. 조정교부금은 국가나 상급 지방자치단체가 특정한 목적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지급하는 돈을 말한다.
재정 지원 확대와 함께 시의 권한도 자치구로 이전된다. 시는 우선 작은 규모의 공원 지하공영주차장 건립 심의 권한과 가로수 바꿔심기 심의 권한, 중앙차로 버스정류소 흡연 단속 권한을 위임하고, '생활밀착형 권한위임 TF'를 구성해 지속적으로 시가 가진 권한을 자치구로 이전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시가 주도하는 사업이 자치구에 행정적·재정적 부담을 유발하지 않는지 정책 수립 전에 자치구와 사전에 협의하는 '자치영향평가제도'를 새로 도입하고, 시장과 구청장이 참여해 자치분권과 관련한 의제에 대해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서울 자치분권협의회'도 정례화키로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번 합의는 지방자치 20년을 맞아 시와 자치구의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해 마련된 것이라 의미가 크다"면서 "특히 재정은 자치분권의 핵심으로 서울시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방자치의 새 역사를 쓴다는 취지로 통 큰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유덕렬 서울시구청장협의회 회장(동대문구청장)은 "서울시와의 합의는 지방자치발전에 전환점이 될 것"이라면서 "이번 약속을 기점으로 8대2 비율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고쳐가는 등 중앙정부의 인식변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이번 합의에 참여하지 않은 강남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자주 재원 확충을 위해서는 일부 자치구에서 건의한 지방소득세의 일부 자치구세화 방안 등이 근본적인 해결책이지만 과제 선정에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며 "지방분권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은 만큼 동참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