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경기침체…외교실패…당 내분…수렁에 빠진 日간 내각

출범 6개월만에 지지율 70%서 25%로 추락<br>중의원 보궐선거·현의원 선거서도 잇단 참패<br>오자와 前대표 창당 움직임까지 '와해 기로'



출범 6개월(12월8일)을 갓 넘긴 간 나오토(菅直人) 내각이 민주당의 극심한 내홍으로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속되는 엔고로 인한 경기 부진과 센카쿠 열도 충돌 이후 악화 일로로 치닫는 대중관계 등 외교정책의 실패, 여기에 민주당 계파간 내분까지 안팎의 악재로 간 내각은 출구가 안 보이는 수렁에 빠진 상태다. 출범 당시 70%에 육박하던 내각 지지율은 최근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 25%까지 곤두박질쳤고, 한 긴급 조사에서는 10% 안팎에 그치기도 했다. 이 와중에 민주당 내 반대세력이자 최대 계파인 오자와 이치로(小沢一郞) 전 대표가 간 내각 끌어내리기에 박차를 가하면서 일각에서는 오자와 계파의 분당론까지 제기되기 시작, 환호 속에 출범한 간 내각은 불과 6개월 만에 와해 기로에 서게 됐다. ◇내년 정기국회, 지방선거에 짙은 먹구름= 지난 12일 일본 정치권의 눈은 도쿄에서 멀지 않은 인구 300만명 규모의 이바라키현(茨城)현으로 일제히 쏠렸다. 이날은 내년 4월로 예정된 일본 지방선거의 전초전이자 민주당 정권교체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현의원 선거로 일찌감치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이바라키현 선거 날이었다. 간 정권의 앞날을 가늠케 하는 이날 선거에서 여당인 민주당은 전체 65개 의석 가운데 6석을 유지, 단 하나의 의석도 늘리지 못했다. 야당인 자민당은 39석을 차지했다. 보수적 성향이 강한 지역구인 만큼 자민당의 승리는 어느 정도 예상된 바였지만, 민주당과의 격돌로 결과가 주목되던 4개 선거구에서도 자민당이 모조리 대승을 거두는 등 이바리키현의 선거는 사실상 민주당, 그리고 간 내각의 참패로 막을 내렸다. 마이니치신문은 "민주당 의석 수가 현재 수준에 그친 것은 간 정권에 커다란 타격을 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6월 출범 이후 온갖 악재에 시달리며 지지기반을 잃어 온 간 총리의 민주당은 앞서 홋카이도 중의원 보결선거, 후쿠오카 시장선거 등 야당과의 크고 작은 대결구도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셔왔다. 여기에 이바리키현에서의 참패와 당내 반대파인 오자와 이치로(小沢一郞) 전 대표 세력과의 분열 심화로 연말 이후 민주당이 이끄는 일본 정국은 한층 혼선을 더할 것으로 우려되는 실정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참의원 다수당인 야당이 대결태세를 강화하고 있어 내년 1월 정기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이나 관련법안 처리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간 내각의 위기가 급진전되자 일각에서는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 가능성마저 제기되기 시작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야당인 자민당은 간 정권이 내년 정기국회에서 '막다른 골목'에 몰려 중의원을 해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총선거에 대비한 지역구 출마 후보자를 연내 내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분열…오자와 창당 움직임도= 간 정권이 불과 6개월 만에 붕괴 위기로 내몰린 데는 중국, 러시아 등 외교정책의 실패와 우왕좌왕하는 경제정책과 잇단 관료들의 실언에 따른 국민 불신 등이 복합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당내 비주류파를 이끄는 오자와 전 대표와 당 집행부의 극심한 분열이다.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내년 초 강제기소가 확정된 오자와 전 대표를 국회 윤리위원회로 출석시켜 정치자금 의혹을 해명토록 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간 내각의 지지율이 빠르게 하락하며 지지기반을 잃자 오자와 세력이 간 내각 견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반면 간 총리는 내각에 대한 여론 악화를 상쇄시킬 수 있는 마지막 카드로 오자와 전 대표를 어떻게든 국회로 끌어내 내년 정기국회에서 자민당의 협력을 끌어내고 여론을 무마하려 하는 등 양측 갈등은 겉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최근 "민주당의 용해(melt-down)가 시작됐다"며 오자와 전 대표가 신당 창당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는 등 민주당 분열로 정국이 기로에 섰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오자와 전 대표가 앞서 8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와 그의 동생인 하토야마구니오(鳩山邦夫) 의원,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신당개혁 대표 등과 회동해 "자민당으로 정치를 되돌려서는 안 되며 민주당이 지금 형태로 정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렇게 안 된다면 다음 일을 생각하지 하지 않겠냐"며 창당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오자와를 지지하는 초선의원 모임인 '호쿠신카이(北辰会)'가 조만간 정치단체로 등록할 예정이라며, 정치자금 조달을 강화하는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신당 창당의 포석"또는 "중의원 해산에 대한 준비"라는 추측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부터 시작" 자신 불구 정국은 이미 벼랑 끝= 이바리키현 선거 개표에 즈음한 12일 저녁 도쿄에서 지지자 모임을 가진 간 나오토 총리는 지난 6개월간의 자신의 정부 운영에 대해 "지금까지는 이것저것 배려를 많이 해 왔다는 점에서 임시 면허였다"며 "이제부터가 본 면허다. 여러분의 지원 아래 날개를 펴겠다"고 말했다. 국내외 악재와 정책 실패로 점철된 지난 6개월의 의미를 어떻게든 희석하려는 의도로 풀이되지만 여론은 좋지 않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내년 정기국회를 의식해 지도력을 발휘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되나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초래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주 온라인상에서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에 따르면 간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13.1%. 한때 9.4%까지 하락한 데서 다소 회복되긴 했지만 국민의 신뢰는 이미 바닥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정국의 총체적인 난관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는 67%가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를 꼽았고 간 내각 입장에서 가장 실행 가능성이 높은 내각개편은 11%에 그쳤다. 니혼게이자이는 "조사 결과 지금의 정국은 이미 소극적인 방법으로 타개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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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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