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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영화를 골랐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영화적 경험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는 침대에 누워 편안하게 영화 보는 것을 선호하고 다른 이는 영화 주인공이 느끼는 충격과 진동을 함께 겪을 때 영화 관람이 더욱 즐겁다. 단순한 영화 관람을 넘어 ‘내게 꼭 맞는 영화적 경험’을 찾으려는 관객들이 늘고 있다. 극장 사업자들 또한 다양한 상영기술과 프리미엄 서비스의 개발로 관객 눈높이 맞추기에 나섰다.
◇조금씩 자리 잡는 프리미엄 상영관 문화=12일 업계 등에 따르면 CJ CGV가 지난달 22일 서울 압구정점과 부산 센텀시티점에서 문을 연 침대 극장 ‘템퍼 시네마’가 관객들 사이 큰 인기를 끄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압구정점의 경우 오는 14일부터 3일간 연휴 동안의 상영 회차가 오전 시간대의 몇몇 좌석을 제외하곤 대부분 매진된 상황이다.
템퍼 시네마는 극장 좌석에 세계적 매트리스 브랜드 템퍼 침대를 도입한 상영관이다. 인당 관람료가 4만원으로 일반 상영관보다 4배 비싸지만, 편안한 좌석은 물론 웰컴 드링크 제공 등 각종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 경험해본 관객들이 만족하고 있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아이맥스, 3D·4D 등 기존 특별관 또한 이용객을 점차 늘려가는 상황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아이맥스 상영관의 관객 수와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관객 수가 전년 동기대비 58만 명 증가한 119만 명, 매출액이 83억 원 증가한 172억 원이다.
입체적인 대형 화면과 질 높은 사운드, 향기·바람·진동 등 각종 특수효과를 접목해 영화 감상의 재미를 더하는 특별관의 경우 과거 티켓 가격이 일반에 비해 3,000원~4,000원 비싸 영화마니아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해 2월 CGV 등을 필두로 국내 주요 극장 사업자들이 3D 등의 티켓 값을 평균 2,000원 가량 낮춰 일반 상영관과의 가격 차를 줄인 것이 유효하게 작용했다. 2D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가격에 일반 관객들이 부담 없이 특별관 이용을 시작했고 그것이 습관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진화하는 상영기술...기술에 최적화된 콘텐츠도 나와야=극장 사업자들이 프리미엄 상영관에 투자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좋은 영화를 걸어 관객 수를 늘리는 것이 과거의 전략이었다면 이제는 차별화된 서비스로 인당 객단가를 높이겠다는 것. 특히 관객 수 증가가 이미 한계치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오는 한국 극장업계의 경우 수년 전부터 색다른 상영기술과 프리미엄 상영관 개발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CGV의 경우 올해에만 3면 영사시스템인 ‘스크린X’와 공간적 몰입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반구 형태의 상영관 ‘스피어X’를 선보이며 눈길을 끈다. 롯데시네마 또한 세계 최대 규모 스크린을 보유한 ‘슈퍼플렉스G’관을 여는가 하면 입체 음향 시스템 ‘돌비 애트모스’ 기술이 적용된 상영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점진적인 평균 관람료 인상으로 이어져 올해 상반기 평균 관람료가 처음으로 8,00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다만 상영기술 홀로 진화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한 관계자는 “관객에게 최적의 영화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도록 상영기술이 발달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면서도 “3D 영화 관람 열풍이 ‘아바타’ 이후로 시작됐듯 새로운 상영기술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이 기술을 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콘텐츠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