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비우니까 경기가 잘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명인열전' 마스터스 골프대회에 처음 출전한 배상문(26ㆍ캘러웨이). 그것도 자신의 우상인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37ㆍ미국)와 난생 처음 같은 조에서 경기를 치른 그는 많이 배운 듯했다. 만족할 만한 성적표를 받아들지 못했지만 한국 남자골프 기대주에게는 천금 같이 소중한 경험이었다.
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ㆍ7,435야드)에서 열린 남자골프 올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800만달러) 1라운드.
배상문은 자신의 '마스터스 데뷔전'을 3오버파 75타로 마쳤다. 공동 64위에 처져 의기소침할 수도 있어 보였으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첫 출전한 마스터스에 대한 의욕이 컸던 탓일까. 출발은 불안했다. 1, 2번홀을 무난히 파로 마친 배상문은 3번과 7번홀(이상 파4)에서 더블보기를 적어내고 말았다. 3번홀에서는 세번째 어프로치 샷이 그린을 지나친 바람에 2타를 잃었고 7번홀에서는 벙커 샷 실수가 화근이 됐다. 이어 10번(파4)과 12번홀(파3)에서 잇단 보기를 범해 6오버파로 무너지는 듯했다. 하지만 13번홀(파5)에서 첫 버디를 잡아내 안정을 찾았고 15번(파5)과 16번홀(파3) 연속 버디로 기분 좋게 라운드를 끝냈다.
배상문은 "더 잘 쳐야 한다는 스스로의 다짐이 부담으로 작용해 정신없이 친 것 같다. 하지만 더 이상 창피당할 게 없다고 생각하니까 경기가 풀리더라"며 마스터스 첫 경험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어릴 적부터 동경의 대상이었던 우즈에 대해서는 "쇼트게임과 볼 컨트롤 등 여러 면에서 확실히 세계 정상의 실력을 갖췄다"고 평가한 뒤 "나이 탓인지 몰라도 전성기만큼 완벽하지는 않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나도 세계 톱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고 덧붙였다.
통산 마스터스 다섯번째 우승을 노리는 우즈는 버디 3개와 보기 1개로 2언더파를 유지하다 17번과 18번홀(이상 파4)에서 연속 보기를 범해 이븐파 72타(공동 29위)를 기록했다.
상위권에는 강호들이 이름을 올려 치열한 우승 다툼이 예고됐다.
리 웨스트우드(39ㆍ잉글랜드)는 5언더파 67타를 쳐 단독 선두에 나섰다. 주요 투어에서 통산 33승을 거뒀고 지난해 한때 세계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던 웨스트우드는 '메이저 무관' 탈출에 대한 희망을 부풀렸다. 그의 이 대회 최고성적은 지난 2010년의 준우승이다.
2010년 브리티시 오픈 챔피언 루이 웨스트호이젠(남아공)이 페테르 한손(스웨덴)과 함께 4언더파로 1타 차 공동 2위에 올랐다. 공동 4위 그룹에는 미겔 앙헬 히메네스(스페인)와 장타자 버바 왓슨(미국) 등 6명이 포진했다.
한국계 선수 중에는 재미교포 케빈 나(29)가 1언더파로 15명이 몰린 공동 14위에 자리해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양용은은 1오버파(공동 45위), 김경태는 2오버파(공동 55위), 최경주는 5오버파(공동 83위)를 기록했다. 우즈와 함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로리 매킬로이(23ㆍ북아일랜드)는 공동 14위(1언더파)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