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전월세대책 관련 입법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주택 임대차 시장 상황은 더욱 악화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이 시장 상황과 동떨어진 정치적 타협을 통해서는 제대로 된 대안을 만들 수 없다고 지적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전국 전셋값은 지난해 말 대비 3.87% 상승했다. 서울은 4.15%, 수도권은 4.78% 올라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문제는 주택 임대 시장의 비수기인 11월임에도 전셋값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서울의 경우 22주 연속 전셋값이 상승한데다 상승폭도 가팔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월세 문제의 핵심은 가격 상승이 아니라 공급 부족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 공급확대정책과 단기적이고 국지적인 공급정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월세 가격과 월세 전환율 상한 등 가격의 직접 규제에만 초점이 맞춰진 최근 정치권의 대립이 정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격규제 역시 근본 원인인 공급부족을 해결하지 않고는 효과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9·1대책에서 밝힌 택지지구 지정 축소 방침을 바꿔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땅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매매 시장 침체 우려도 공존하는 만큼 택지지구 지정을 그대로 두면서 택지지구에서 분양주택 비중을 줄이고 임대주택을 대폭 늘리는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대부분의 임대주택이 택지지구에 공급되는 만큼 택지지구 지정을 축소하는 것은 임대주택 공급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라며 "공급확대가 전월세난 해결을 위한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단기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민간임대사업자에 대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민간임대사업자가 제공하는 준공공 임대주택에 대한 지원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일본과 같이 준공공 임대주택에 대해 양도·증여세를 감면·면제하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의무임대기간이 8년으로 줄었지만 민간 임대사업자에는 그리 큰 혜택이 아니다"라며 "양도·증여세 등 세제혜택을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대주택 공급 주체를 다양화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 영국식 임대주택조합과 같은 방식이나 임대주택 공급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의 임대주택 사업은 리스크는 큰데 수익은 안 나는 구조"라며 "정부가 금융권과 시행사·건설사가 함께 임대주택 시장에 참여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월세화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 월세가구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월세 전환율 상한선을 두고 강제하는 것보다 금리와 해당 지역 상황을 고려해 정부가 적정 전환율을 공시하고 시장이 이를 기준으로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아울러 현재 소득 1·2분위로 정해놓은 주택바우처 지원 대상을 확대하거나 월세세액공제를 늘리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전세 수요를 월세 수요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월세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해줘야 한다"며 "이를 위해 주택바우처, 세액공제 확대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