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연착륙 성공한 전북은행의 ‘서울 상륙작전’

관료티 벗고 시장 공부해야… ISS 대응도 관건

임영록(사진)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19일 출근을 재개했다. '관치금융'을 문제 삼으며 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출근을 막은 지 13일 만이다. 임 회장 내정자가 노조라는 큰 벽을 넘었지만 KB금융의 수장으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장애물을 더 건너야 한다는 게 KB 내부의 반응이다.

①'관료티' 벗어야


임 회장 내정자는 사장 재직 시절 만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주요 임원들이 사장에게 보고하기 위해서는 반나절, 상황에 따라서는 하루 가까이 기다려야 했다는 전언이다. 전직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민간 금융사라는 특성상 촌각을 다투는 보고사안이 많은데 사장에게 보고하기 위해서는 대기 시간이 항상 길었다"며 "급한 문제는 사장을 건너뛰고 회장께 보고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임 회장 내정자가 관료의 특성을 아직 다 벗지 못한 것 아니냐고 본다. 임 회장 내정자는 보고 시에도 보고 내용이 무엇인지를 사전에 알려주도록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형식과 절차를 그만큼 중요시한다는 얘기다. 이젠 2인자가 아닌 진정한 리더인 만큼 보다 속도감 있는 의사결정과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②시장 알아야

임 회장 내정자는 KB의 앞길로 '리테일' 강화를 내세웠다. 국민은행의 강점이 소매에 있기 때문에 장점을 살리겠다는 얘기다.


KB 내부와 금융권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국내 소매금융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적격대출 확대로 은행이 설 장소가 좁아지고 있다. 특히 인터넷ㆍ스마트뱅킹 확대로 소매금융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갈수록 줄어든다. 기업은행 같은 국책은행도 소매금융을 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한과 다른 은행의 성적이 갈린 것은 기업금융 리스크 관리 때문"이라며 "기업금융과 프라이빗뱅킹(PB)으로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데 방향을 잘못 잡은 것 아닌지 걱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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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회장 내정자는 ING생명 인수에도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ING만큼 좋은 매물이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리금융지주의 고위 관계자는 "KB의 인수가 불발되자마자 내부 검토를 거쳐 ING를 인수해야 한다고 최고위층에 건의했다"며 "민영화 때문에 이제 끝난 얘기지만 ING는 방카슈랑스 비중이 적어 은행계가 인수 시 시너지가 크다"고 했다.

③ISS도 넘어야

주주총회 분석기관인 ISS는 지난 3월 일부 사외이사들의 선임안을 두 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하나는 ING생명 인수 실패고 다른 하나는 관료 출신이라는 것이었다. 당시 ISS는 관료 출신이 KB에 너무 많다며 앞으로 이를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임 회장 내정자의 경우 정통 '모피아'다. 올 3월의 경우 ISS의 반대 의견으로 외국인 주주들이 처음에 대거 반대표를 던져 KB는 안건 통과를 위해 20%포인트가량의 표심을 돌려야 했다. 그리고 그 해법은 임 회장 내정자가 수십년 동안 쌓은 금융 정책의 노하우와 능력에 있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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