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리 장명부. 프로야구 팬들이라면 기억 속에 생생한 삼미슈퍼스타즈의 투수다. 그는 82년 프로야구 원년에 꼴찌를 맴돌았던 삼미슈퍼스타즈를 그 이듬해 3위로 끌어 올렸다. 속칭 ‘아리랑볼’이란 느릿한 공을 마구(魔球)처럼 던져대며 30승이란 대기록을 거뒀다. 일부 팬들은 지저분한 그의 피칭 스타일에 야유를 보내기도 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능글맞은 표정으로 묵묵히 승리를 따냈다. 100번 슈팅을 해도 골을 못 넣으면 헛수고다. 강속구를 휘날리며 삼진을 거듭하는 호쾌한 투구 모습을 보인다 해도 상대팀에게 더 많은 점수를 내주면 결국 패전투수로 기록될 수 밖에 없다. 너저분한 구질의 투수라는 비난을 받기는 했지만 장명부는 이기는 경기를 했다는 점에서 야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기업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적자생존의 원칙이 지켜지는 세일즈 세계에서 ‘열심히 한다’‘성실하게 노력한다’‘최선을 다한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작 필요한 것은 실전에서의 승리다. 삼성전자 재직시 마케팅의 전설로 통했던 전옥표씨는 20년간의 세일즈 경험을 바탕으로 제품 판매 최일선 현장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전략들을 풀어 놓았다. 그가 펼쳐놓은 비법은 추상적인 상징이나 비유로 가득한 경영전략서의 것들과는 다르다. ‘총알처럼 움직여라’‘끝까지 물고 늘어져라’‘내 월급은 사장이 아니라 고객이 준다’‘돈은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 들어온다, 현장에서 답을 찾아라’ 등 직설적이며 솔직하다. 삼성그룹 고(故) 이병철 회장이 이건희 회장에게 ‘경청(敬聽)’이라는 휘호를 붓글씨로 써줬다는 일화를 바탕으로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충고한 대목이나 딸 아이 생일날 지갑을 잃어버린 고객에게 MP3 플레이어를 무료로 건네자 며칠 뒤 그 고객이 대금을 치르고 노트북 컴퓨터마저 구매했다는 일화 등 눈길을 끌만한 에피소드들이 속사포처럼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