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넘치는 돈 해외서 운용 "수익극대화"

금융권의 외화자산이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은 국내의 저금리기조가 가장 큰 이유다. 기업부문의 수요감소로 돈이 넘쳐나 운용처가 마땅하지 않자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내신인도가 개선되면서 외화를 예전만큼 싸게 빌릴 수 있게 되자 포트폴리오를 외화쪽으로 돌리기 시작한 것도 주요 배경이다.투자내용도 매우 좋다. 운용수익률이 평균 9%를 웃돈다. 이는 국내에서의 운용수익률보다 월등히 높은 것이다. 한 은행관계자는 "국내와 달리 다양한 형태의 파생상품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수익률제고에 큰 배경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환위기를 당하면서 '감'으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수익률을 따지는 과학적분석에 주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금융권의 이 같은 해외자산급증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아직까지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속담으로 치부하고 있지만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는 지적에 귀기울일 필요는 있는 것 같다. ◇해외투자 확대의 배경=국내 금융회사들은 부실 외화채권을 대거 정리해 지난 99년말 203억달러에서 올해 6월말 현재 30억달러 수준으로 줄였다. 은행권의 신인도 역시 큰 폭으로 개선돼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S&P와 무디스사 기준으로 지난 98년말 투자등급에 해당하는 은행들은 하나도 없었다 올해 11월말 현재 8개(S&P), 14개(무디스) 은행이 투자등급을 획득했다. 김황국 국민은행 국제금융팀 차장은 "국내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좋아지면서 우량대기업의 회사채 발행금리가 미ㆍ유럽의 일류회사보다 낮게 형성되고 있어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유가증권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험사들도 국내에서 장기채권 물량을 찾지 못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영묵 삼성생명 포트폴리오 운용섹션 부장은 "해외 장기채권의 만기가 통상 10년으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구성이 가능한데다 수익률도 연 6~7%에 달해 국내운용 수익률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편"이라며 "내년에도 해외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반기에만 11조여원 수익=산업은행의 외화유가증권 투자규모는 9월말 현재 작년말보다 약4억달러(4,500억원)가 늘었다. 기업은행도 전체 외화자산이 약 4,000만달러 증가했고 외화유가증권 투자규모는 1억달러 늘었다. 또 신한은행은 5억달러, 우리은행은 13억5,000만달러가 증가했다. 보험업계의 외화자산증가도 두드러져 9월말 현재 생보업계 외화유가증권 규모는 7조9,282억원(장부가 기준)으로 1년 동안 2조2,000억원 가량 늘었다. 이에 따라 전체 운용자산에서 해외투자분이 차지하는 비중도 9월말 현재 6.3%로 높아졌다. 상반기중 국내 금융회사들이 외화자산운용을 통해 거둬들인 수익도 11조여원(비용차감전)에 이른다. 이 가운데 파생상품거래를 통한 이익이 70%를 차지하고 있다. 전반적인 투자수익률이 원화자산에 비해 오히려 높다. ◇외화 유동성ㆍ건전성도 양호=은행들이 외화자산을 운용하기 위한 재원으로 단기차입을 늘리고 있지만 외화유동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 은행권의 외화유동성 비율은 지난 8월말 현재 99.4%. 이 비율은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자산의 외화부채(잔존 만기 3개월 이하)에 대한 비율(외화자산/외화부채)로, 감독당국은 은행들이 외화부채 상환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80% 이상으로 비율을 맞추도록 지도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반기 단기 외화차입이 급격히 늘어나 유동성 비율이 떨어졌지만 하반기 이후 은행별로 유동성 조절에 나서면서 다시 높아지고 있다"며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외화자산의 건전성도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 특히 외환위기에 한번 데인 국내금융회사들은 내부적인 조기경보장치와 리스크관리시스템을 가동하고 있고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채택하는 등 부실차단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박태준 기자 최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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