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체성 흔들리는 산업자원부

수도권 공장설립 규제를 풀어달라고 줄기차기 주장해오던 산업자원부의 입장이 조금씩 변하는 분위기다. 신정부의 핵심 과제인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맡은 뒤로 더욱 그렇다. 정부조직개편으로 최근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실무를 맡는 국가균형발전 추진단이 산자부에 신설되자 `트레이드마크`인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는 내부적으로 금기 사항으로 변했다. 지역 발전과 지역 산업 활성화를 위한 조직이 신설되다 보니 수도권 규제 완화라는 기존 정책 방향과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재계는 물론 과천 경제부처에서도 산자부의 정책 일관성과 정체성을 의심하는 눈총을 보내고 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 문제로 관계 부처 회의에 가면 산자부와 건교부가 충돌하고 재경부가 중재하는 입장이었으나 요즘은 재경부가 옛 산자부 노릇을 한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 14일 발표된 하반기 경제운영계획 수립을 앞두고 가진 관계부처 회의에서 재경부는 삼성전자와 쌍용자동차의 수도권 공장 증설 허용을 명시할 것을 주장했으나 산자부가 끝까지 반대, 삼성과 쌍용 문제는 명문화되지 못했다. 그 마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차별철폐도 하반기 운영계획에 간신히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과 쌍용의 공장 증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거라도 마련해 놓자는 게 재경부의 생각이다. 이에 앞서 산자부는 공업 배치법 시행령을 고쳐 삼성과 쌍용의 증설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가 이를 번복한 바 있다. 표면적으로는 지방자치단체의 반발 때문이라고 해명했으나 실제로는 신정부의 핵심 과제인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맡게 된데 따른 `눈치보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산자부 내부에서도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산업정책국 등은 `당연히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입장인 데 비해 국가균형추진단은 `신중하게 접근할 문제`라며 규제완화를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 공장총량제까지 풀어달라던 산자부에 새로운 조직이 생기더니 수도권 문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 없어진 것 같아 혼란스럽다”며 “애초에 국가균형발전 추진단을 산자부에 둔 것이 잘 못된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권구찬기자(경제부) chan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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