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욱(사진)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29일 정부의 정책금융 개편안에 대해 "정책금융이 뭔지도 개념정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체제를 개편한 것 같다"며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4년 만에 두 기관을 재통합하기로 한 금융 당국의 정책금융 개편안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보인 것이다.
진 사장은 이날 여의도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런 작업(정책금융 개편)이 왜 이뤄졌는지, 왜 이 마당에 이런 일을 하는지, 이게 우리 금융산업과 경제에 무슨 도움이 될지 와 닿지 않는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금공은 4년 전 산은에서 비우량 자산을 가져와 '배드뱅크'로 만들어졌다.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였던 셈"이라면서 "이후 정부에 3,000억원을 배당할 만큼 열심히 장애를 극복하고 있는데 (정부가) 통합 논리로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 것은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니깐 오래 못산다고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진 사장은 개편 과정에 대해서도 '밀실'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비판했다. 그는 "이해 당사자라 그럴 수 있겠지만 (사전에) 의견을 개진할 기회도 안 줬고 발표 후에도 (정부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면서 "공청회도 열지 않았고 관련 TF 회의도 몇 차례 밖에 안 했다. 이렇게 밀실에서 주물럭거리는 건 (잘못됐다)"이라고 말했다.
통합의 발단이 된 정부의 산은 민영화 중단에 대해서도 "민영화는 시기의 문제일 뿐 옳은 방향"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60년간 정부 은행으로 있었다. 산은을 영원히 정부은행으로 가져가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못하다"면서 "선진국은 정부 재정이 좋지 않아 큰 정책금융기관들이 홀로서기를 하고 있는데 우리는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가능성을 열어둔 산은 부분 기업공개(IPO)에 대해서는 "굿뱅크를 배드뱅크가 되도록 한 것인데 잘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분 IPO를 하려면 정금공이 가져간 부실자산을 털어내고 재무제표가 깨끗한 '굿뱅크'가 돼야 하는데 현 상황에서 누가 산은에 투자를 하겠냐는 것이다.
통상마찰 문제로 무산 가능성이 높아진 선박금융공사 설립에 대해서도 "정부는 통상 마찰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결국은 일단 만들어놓으면 나중에 가서 방어할 길을 찾을 수 있다"면서 "결국은 공사 설립시 들어갈 막대한 재원 문제 탓일 것"이라고 추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