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정부는 물론 유럽연합(EU)과 호주 정부까지 나서 철광석 가격 상승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철강 원재료 가격 상승이 회복조짐을 보이는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BHP빌리턴과 리오틴토의 합작회사 시도는 각국 정부의 반대로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메이저 광산업체들의 가격인상 의지까지 꺾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도 광산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자급률이 30% 정도에 불과해 이번에 메이저 광산업체들이 요구하는 가격인상과 분기별 협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며 "일본도 자급률이 높지 않고 철광석 재고도 많지 않아 메이저 광산회사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철광석 가격, 한달 만에 25% 급등=광물가격이 가파른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철광석 수입가격은 13일 171.5달러로 일주일 전의 163.5달러보다 5% 가까이 올랐다. 한달 전의 137.5달러에 비해 25%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가격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글로벌 철광석 현물시장 가격은 한국과 일본 철강사들이 계약에 합의한 후에도 급등했다. 현재 철광석 현물시장 가격은 톤당 170~175달러로 한국과 일본 철강사들이 2ㆍ4분기 계약가격으로 합의한 115달러를 웃돈다. 현물시장 가격이 분기 계약가격의 벤치마크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도 가격이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유럽과 중국철강협회는 철광석 가격 상승에 대해 강력한 반대의사를 밝혔고 한국철강협회도 "철광석 가격 상승이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려는 국내외 경제상황을 후퇴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가격 90% 올려주고, '분기별'로 계약하자=철광석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철광석 광산 상위 3개사의 소수독과점체제다. 세계 최대의 철광석 광산업체인 브라질의 발레(시장점유율 24.6%)와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호주의 리오틴토(23.0%)와 BHP빌리턴(14.6%) 등 세 회사는 전체 시장의 62.2%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이 가격인상을 주도하고 있다. 수요자 측인 철강사들은 세계 톱10 회사를 합쳐도 시장점유율이 30%를 밑돈다. 가격협상 주도권이 광산업체로 넘어가면서 한국과 일본 철강사들은 40년 동안 해왔던 연간 철광석 계약을 분기계약 체결로 바꾸고 가격을 90% 가까이 올려줄 수밖에 없었다. 분기계약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다 중국이 철광석 수입을 확대했는데, 특히 중국 중소형 철강사들이 현물시장에서 구매를 늘리면서 가격을 올렸다. 중국의 철광석 수입비중은 2007년 45%에서 지난해 60%, 올해는 그보다 6%가량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철광석 가격 인상에 국제 공조체제 구축, 공동대응=철광원료 가격 급등에 대응해 각국 정부가 발벗고 나섰다. 우선 EU와 호주 정부가 세계 2ㆍ3위 철광원료 공급업체인 BHP빌리턴과 리오틴토의 합작회사 설립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는지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이채호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호주 당국이 BHP빌리턴과 리오틴토의 합병에 대해 불가 입장을 밝히고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두 회사가 보유한 광산을 합치는 형태가 되지만 합작법인 설립도 합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격협상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도 국제 공조체제 구축에 나선다. 지식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EUㆍ중국ㆍ일본 등 주요 철강 생산국과 철강 분야 양자협의체를 정기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철광석 등 원료시장, 환경 이슈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국제적 협력체계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 등 철강업계는 기업결합에 문제가 있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고 BHP빌리턴과 리오틴토는 조인트 벤처이기 때문에 여전히 경쟁은 유효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두 회사의 기업결합 심사에 대해 당초 6월까지는 결론이 날 것으로 봤는데 심사내용이 정리된 후 EUㆍ일본ㆍ중국 등 다른 나라 경쟁당국과 입장을 조율할 방침이어서 올 하반기로 늦춰질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