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올 코스닥 시장은 '외화내빈'

시총 100兆 돌파·외국기업 첫 상장등 '괄목성장'<br>벤처정신 실종·펀드 열풍따른 '찬밥신세' 그늘도



올해 코스닥시장은 양적으로는 팽창했지만 질적으로는 그리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한마디로 ‘외화내빈(外華內貧)’의 장을 연출한 것이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시장은 상장사 1,000개와 시가총액 100조원을 넘어서는 성과를 일궈냈다. 특히 처음으로 외국기업 상장을 유치하는 등 글로벌시장으로서의 첫발을 떼기도 했다. 상장사 역시 지난해보다 많은 67개사를 유치하는 등 양적으로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이같이 화려한 외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최대주주 등 경영진의 배임 횡령이 크게 증가하면서 ‘벤처정신 실종’이라는 우려를 낳게 했다. 특히 펀드를 중심으로 한 간접투자 열풍이 불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유가증권시장에 쏠려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따라서 코스닥지수의 연초 대비 상승률은 코스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시장 활성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과제를 남겼다. ◇1,000호 상장사 탄생, 시총 100조원 돌파 성과=올해 코스닥시장을 돌아볼 때 가장 ‘기분 좋은’ 기록은 시가총액 100조원 돌파, 1,000호 상장사 탄생, 외국기업 첫 상장 등이다. 지난 1월2일 610.03포인트로 거래를 시작한 코스닥시장은 6월15일 800.61포인트로 거래를 마치며 800선을 재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800선을 넘은 것은 2002년 4월23일 810.20포인트를 기록한 후 5년2개월 만이었다. 이날의 경사는 ‘800선 회복’만이 아니었다.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이전 최고치는 1999년 12월28일의 98조7,040억원으로 7년6개월 만에 시총 기록을 새롭게 썼다. 그로부터 2개월이 지난 8월17일에는 의미 있는 기업이 코스닥에 입성했다. 중국 기업인 ‘3노드디지탈’이 외국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한 것. 3노드디지탈의 상장은 외국기업의 국내 증시 진출의 물꼬를 텄고 국내 증시가 국제 자본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10월1일 코스닥시장 상장기업이 시장 개설 11년3개월 만에 1,000개를 돌파한 것도 돋보이는 대목이다. 전세계 신기술주시장 중에서 미국의 나스닥과 영국의 AIM에 이어 세번째로 1,000개를 넘는 기업이 자본을 조달하는 시장으로 성장한 것이다. ◇시장 건전성 및 수급 여건 악화는 과제=하지만 올해 코스닥시장은 불건전한 관행이 증가하면서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한 요소도 많았다. 올 코스닥 시장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건수는 99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의 53건보다 무려 2배가량이나 증가한 것이다. 반면 유가증권의 경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건수가 17건으로 지난해(25건)보다 줄어 대조를 보였다. 최대주주 등의 배임 및 횡령도 급증했다. 올해 코스닥 기업들의 배임 및 횡령은 모두 42건으로 지난해(21건)에 비해 2배가량 늘었다. 특히 올 한해 코스피 중심의 대형주 장세로 인해 코스닥에 대한 투자 주체들의 관심이 줄면서 시장 활성화에 대한 과제도 남겼다. 올 들어 코스닥지수는 20%가량의 상승률을 보였지만 코스피지수가 같은 기간 40%가량 증가한 것에 비하면 지수 상승률이 절반에 불과했다. 올해 코스닥에서는 지난해보다 11개사 많은 67개사가 상장했다. 그러나 주가가 공모가의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주간 증권사가 이를 되사주는 ‘풋백옵션’이 하반기부터 사라지면서 새내기주들의 주가가 추풍낙엽처럼 추락하는 사태를 맞기도 했다. 곽성신 코스닥시장본부장은 “주로 하위권 코스닥 기업들의 불성실공시나 배임 횡령 등이 지난해보다 많았고 펀드열풍 등으로 지수 상승률이 낮았던 점은 아쉽지만 내년에는 건전성을 제고하는 관련 제도가 강화되는 만큼 코스닥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