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노사정 없는 협상테이블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해 12월18일 지방 자동차부품업체 '갑을오토텍'의 2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 지 어느덧 50여일이 넘었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결은 근로자에게 유리한 반면 추가임금 청구의 제한 가능성에 대한 '신의칙의 적용'과 '재직 요건' 부분은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솔로몬적인 판결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머리 맞대야 통상임금 등 실마리 풀려


대법원은 판결과 더불어 이례적으로 장문으로 보도자료까지 냈지만 모든 쟁점을 속 시원히 규명하지는 못했다. 결국 통상임금의 추가임금 소급청구에 대한 신의칙에 대한 판단은 하급심의 판사가 알아서 판단하라고 일임한 꼴이다.

이에 지난달 말 고용노동부는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을 전국 지방노동관서에 내려보냈다. 올해 본격화될 임단협 교섭 시 통상임금 산정과 관련한 노사 간 혼란과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판례를 요모조모 분석한 후 지침을 제시한 것이다. 정부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노라 자청한 셈이다. 여전히 기본적 이해관계가 다른 개별 사건은 법원의 최종판단 사항으로 남아 있지만 해결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라고 평가된다. 그런데 노동계는 지침에 대해 "새 지침은 대법원 판결 취지를 뒤집는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강력 반대하고 경제계도 한 발짝도 진전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번 지침은 산업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실무적 노사지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해설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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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통상임금뿐 아니라 임금체계 개편 전반에 대한 해법을 함께 풀어가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무려 206건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 계류 중이고 앞으로도 소송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나 소송을 통한 해법은 양날의 칼이다. 소송비용과 소송기간의 장기화를 고려하면 노사 모두에게 능사가 아니다. 소송의 실익도 별로 없이 조합원들의 기대심리만 높이고 노사 갈등만 심화시킬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계약은 준수돼야 한다'는 법언이 있다. 계약 당사자 간에 약속을 지킨다는 믿음이 있어 합의했다면 노사관계에서 일방이 자신이 한 합의를 부인하면 상호 신뢰가 무너져 불신하게 되며 노사 간 갈등의 악순환 고리에 처해진다.

2014년 갑오년은 통상임금 외에도 노사 간 노동 현안이 산적해 있다. 통상임금과 관련해 임금체계 개편뿐만 아니라 60세 정년연장법의 연착륙, 근로시간 단축 문제 등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이젠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임금체계 개편에 협력할 과업이 남아 있다. 노사관계의 선진화와 선순환 구조를 위해 노사는 성숙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

대화거부 거두고 노사정위 참여부터

일차적 과제는 대화 거부를 선언했던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과감히 참여하는 일이다. 그리고 미래의 경쟁력과 양극화의 해소를 위해 노사정이 진정성을 갖고 중지를 모아야 한다. 다양한 노동 이슈에 대한 패키지 방식으로 상호 공감대를 넓혀서 건설적인 성과물을 내야 한다. 정부는 총력을 다해 노사가 상생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에 앞장서야 한다. 언론 또한 광범위한 공론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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