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그룹의 순위에 일대 지각변동이 발생했다.현대와 줄곧 1,2위를 다투던 삼성이 대우에 밀려 3위자리로 내려앉는등 12개 그룹의 바뀌었고, 제일제당과 삼양이 새로 30대그룹으로 진입했다. 외환위기 이후 부도를 맞은 뉴코아와 거평은 30대그룹에서 제외됐다.
공정위가 5일 발표한 30대 기업집단순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기업구조조정이다. 지각변동의 진앙지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였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30대그룹은 생존차원의 구조조정을 필사적으로 단행했고, 그 결과는 올해 순위변동에 그대로 반영됐다.
◇순위 변동 = 올해 30대그룹 순위변동의 백미는 대우의 2위부상과 제일제당, 삼양의 신규 진입이다.
대우가 삼성을 3위로 밀어내며 2위로 처음 올라선 것은 대규모 유상증자와 자산재평가 때문. 대우는 (주)대우 등 4개 계열사의 유상증자와 자산재평가 등으로 자산총액을 1년동안 52조9,940억원에서 78조1,680억원으로 무려 47.8%나 늘려놨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삼성은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바람에 2위자리를 내줬다. 대우가 지난해 이후 6개사를 계열분리한 데 비해 삼성은 무려 18개사를 그룹에서 떼어냈다. 삼성의 자산이 대우와 반대로 줄어든 데는 계열사 떼어내기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동아는 자산재평가 당기순이익증가 등으로 자산이 크게 늘어난 롯데에 10위자리를 내주고 11위로 자리를 뒤바꿔앉았다.
외환위기의 파편을 맞은 그룹들의 순위는 여지없이 뒤로 밀렸다. 지난해 12위였던 한라는 17위로 5계단이나 떨어졌으며 효성(99년 19위), 코오롱(20위), 아남(23위), 신호(29위) 등도 모두 뒷걸음질쳤다.
반대로 지난해 15위에 머물렀던 한솔은 12위로 급부상했다. 29위에 쳐져있던 강원산업은 26위로 3계단 올라섰다. 동국제강과 동부는 각각 15, 16위로 1년동안 각각 4계단을 뛰어넘었다. 지난해 30대그룹중 최하위에 머물렀던 새한은 무려 5순위를 생략하고 25위로 발을 디뎠다.
뉴코아와 거평의 30대그룹 퇴출로 빈 자리는 제일제당과 삼양이 차지했다. 30위권 밖에 머물던 제일제당은 28위로 당당하게 진입했으며, 삼양도 30위로 턱걸이하며 새로 얼굴을 내밀었다.
◇계열사및 자산변동 = 지난해는 구조조정 원년의 해. 30대그룹들은 지난해 합병, 매각, 친족분리 등의 방법으로 804개에 달하던 계열사수는 686개로 줄였다. 한해동안 118개사를 분리한 셈이다.
뉴코아와 거평을 제외한 28개 기존 30대그룹의 경우 회사신설과 주식취득 등으로 55개사가 계열사로 편입된 반면 161개사를 분리시켜 106개사를 순감시켰다.
계열회사를 가장 많이 어낸 그룹은 강원산업. 강원산업은 합병, 주식매각, 청산등의 방법으로 14개의 계열사를 줄였다. 삼성(12개), 한화(10개), 두산(9개) 등도 계열사줄이기에 적극 나섰던 그룹들이다.
현대의 경우 금강개발산업등 9개사가 친족분리되는등 17개사가 계열사에서 제외되었으나, (주)현대아산, 기아관련 13개사의 편입 등으로 계열사수는 변동이 없었다.
자산총액증가율이 크게 둔화된 점도 눈에 띈다. 지난 98년말 기준 30대그룹의 자산은 97년말에 비해 8.6%가 늘어 약 47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증가율은 예년에 비해 크게 둔화된 수준이다. 30대그룹의 자산은 지난 97년 24.9%가 늘어나는등 95년이후 줄곧 20%대이상의 증가세를 유지했었다. 지난해 자산이 크게 늘어난 그룹은 대우, 현대, SK등 3개그룹을 꼽을 수 있다.
대우는 (주)대우등 4개사의 유상증자 및 자산재평가 등으로 자산총액을 무려 25조2,000억원으로 순증시켜놨다. 대우측은 자산이 크게 증가한 이유로 지난해 176억달러를 수출해 업계 1위를 차지하면서 매출채권이 급증한 것이 주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의 자산은 기아자동차를 인수하면서 13개 계열사가 신규로 편입되며 15조3,000억원이 증가했으며, SK는 3조5,000억원이 늘었다.
반면 LG는 LG칼텍스정유의 외화차입금 상환등으로 자산총액이 3조3,000억원 줄어들었으며, 한라와 삼성도 각각 3조,1000억원, 2조9,000억원씩 감소했다.
◇재무구조 변동 = 지난해 30대그룹의 재무구조는 두가지로 축약할 수 있다. 부채비율 축소와 수익구조의 악화다.
30대그룹의 부채비율은 지난해말 현재 379.8%로 97년말의 518.9%에 비해 139.1%포인트가 낮아졌다.
그러나 5대그룹과 6∼30대그룹의 부채비율 축소내용은 대조적이다.
5대그룹은 주로 자산재평가, 유상증자등에 따른 자기자본이 23조2,000억원이 늘어 같은 기간동안 부채비율을 472.9%에서 335.0%로 떨어뜨렸다.
이에 반해 6∼30대그룹은 3조6,000억원의 부채를 축소하고 자기자본을 4조5,000억원 증가시켜 부채비율을 낮췄다. 5대그룹의 자금독식현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30대그룹의 매출총액은 435조2,000억원으로 한해동안 7.1%가 증가했다. 그러나 당기순이익은 19조5,000억원적자로 지난 97년말의 마이너스 3조2,000억원에 비해 적자폭을 오히려 늘려놨다.
이에 따라 기업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매출액대비 당기순이익율은 5대그룹의 경우 0.01%에서 마이너스 3.3%로 악화됐으며, 6∼30대그룹도 마이너스 2.6%에서 마이너스 7.9%로 5.3%포인트 떨어졌다.
공정위는 내년 3월31일까지 계열사간 기존 채무보증을 완전 해소해야하는등 대규모기업집단에 대한 규제가 크게 강화되어 앞으로도 30대그룹의 판도는 예측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동석 기자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