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장관.여성수석 부각 신경김대중 대통령이 29일 단행한 개각과 청와대 비서실 개편은 막판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부처 장관과 청와대 수석의 경우 교체 대상으로 검토됐다가 후임자로 낙점한 인사가 '고사'하는 바람에 유임됐다는 후문이다.
○.이날 아침까지만 해도 청와대 주변에선 양승택 정보통신 장관과 김학재 민정수석의 교체설과 함께 후임자의 이름이 나돌았으나 결국 두 사람은 유임쪽으로 결론이 났다.
이상주 비서실장은 이와 관련, "여러 가지 조사ㆍ검증하고 본인의 양해과정에서 잘 안돼 없던 걸로 했다"고 말해 내정자들이 고사했다는 관측과 기존 보직자들이 강력히 잔류를 희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엇갈렸다.
김 대통령은 당초 현역의원인 장관들 가운데 장재식 산자부 장관의 경우 본인의 희망을 고려해 잔류시키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이한동 총리의 유임 등을 고려해 막판에 전원 당 복귀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민국당 출신의 한승수 외교부 장관의 경우 유엔총회 의장을 맡고있는데다 다음달 20일로 예정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등을 감안해 유임.
이와 관련, 이 실장은 "해외에서 외교를 위해 활동 중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그 이후에 고려하기로 했다"면서도 "추가 교체 가능성은 예단할 수 없다"고 언급.
이 실장은 자신이 교육부총리에 임명된 데 대해 자신의 전공이 교육임을 강조, "8회 2사까지 내야에서 야구를 하다가 외야의 본 포지션을 찾아간 것"이라고 비유.
특히 그는 고졸 출신인 방용석 노동장관에 대해 '학벌철폐의 모범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 박선숙 청와대 공보수석에 대해서는 "수석비서관에 여성이 임명된 것은 단군이래 처음"이라며 두 사람의 발탁을 부각.
○.김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진의 경우 이기호 경제수석이 보물 발굴사업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각종 의혹 연루설이 제기되고 국정 조정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여론을 감안해 전면 개편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이상은 이상주 비서실장을 포함, 9명 가운데 유임된 김학재 민정ㆍ조영달 교육문화 수석을 제외하고 한꺼번에 7명이 교체되는 대폭적인 자리바꿈이 이뤄졌다.
특히 청와대는 개각과 청와대 개편 명단을 발표하면서 박지원 전 정책기획수석의 정책특보 기용에 대한 여론의 반응에 신경쓰는 모습이 역력.
교육부총리로 자리를 옮기게 된 이상주 비서실장은 청와대 비서진 인선내용을 발표하면서 박지원 정책특보를 '정치특보'로 잘못 발표했다가 "타이프 과정에 잘못친 것"이라고 정정. 또 청와대 수석들이 '차관급'인데 비해 박 특보의 직급을 '장관급'이라고 밝혀 수석들보다 '중대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임을 시사.
이 실장은 '3개월 전에 청와대를 떠난 박 특보를 다시 기용하는 것이 여론에 배치된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박 특보는 내가 지도자라도 옆에 두고 보좌를 받고싶은 생각이 들 정도"라며 "대통령의 국정보좌를 위해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답했다.
한편 김 대통령은 이번 개각과 관련해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도록 주문했으며 이에 따라 청와대 참모진은 입각 대상자들에게도 29일 아침에야 발탁 사실을 통보했다는 후문.
또 총리 임명제청 절차 등을 거치느라 개각 발표시간이 당초 예정된 오전10시에서 10시30분으로 늦어지기도 했다.
안의식기자
김홍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