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간 25개작 발표, 12일부터 국립극장 야외무대 공연모든 외국 단체의 공연이 다 훌륭한 것은 아니다. 이들은 국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 다는 이유 만으로도 흔히 주목을 받곤 한다. 챙겨가는 엄청난 액수의 개런티도 이래 저래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꼭 봐야 할 공연은 있다. 국립극장이 마련한 프랑스 태양극단의 국내 초연작 '제방의 북소리'는 그런 작품으로 손꼽을 만 하다.
공연은 12일부터 17일까지 국립극장 야외 특설무대에서 열리는데 오후 7시 단 한 차례씩 무대에 오른다.
가격은 2만원~5만원으로 일면 저렴한 편. 야외 무대이기에 객석 수가 많은가 싶지만 극단측의 요구에 따라 620석 규모로 제한됐다. 자연 흑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공연이다.
국립극단의 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예산적 압박에서 자유로운 입장이기에 이 같은 공연을 유치하는 게 할 일이라 느낀다"고 답한다.
1964년 창단된 '태양극단'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극단 중 하나. 연출을 맡은 아리안느 므누슈킨은 현재 유럽에서 널리 존경 받고 있는 여성 연출가다. 극단은 주연과 조연이 따로 없는 집단 창작 형태로 지난 37년간 모두 25작품을 발표했다.
그들이 들고 온 '제방의 북소리'는 99년 파리의 카르투슈리 극장에서 초연된 이래 세계적으로 200회 넘게 공연되며 호평 받은 작품이다. 아시아 투어로는 9월 일본 도쿄공연에 이어 두 번째다.
내용은 일면 총체극에 가깝다. 극적 요소와 무용, 음악과 더불어 인형극 양식이 극 전반에 흐른다.
'배우가 연기하는 동양 인형극'이라는 부제에서도 나타나듯 동양적인 요소가 무대 전반을 지배하는 점이 특징.
고갈되어가는 서양 연극의 새 에너지를 동양적 요소에서 찾았다는 것인데 이들이 인형극에 집중하는 것도 '놀랄만한' 아시아 연극의 신체적 표현이 이로부터 왔다고 보기 때문이다.
40여명의 단원들은 한 달여 이상 한국 일본 등 아시아 4개국을 돌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하고 10개월간을 연습한 끝에 이 작품을 만들었다.
98년 아비뇽 축제에 선보였던 사물놀이에 감명돼 사물놀이패 일원인 한재석을 초빙, 전 단원이 이를 사사 받기도 했다.
사물놀이는 이번 작품의 배경 음으로도 사용된다. 하지만 공연에서 사용되는 악기는 한국 중국 일본 등의 고대 악기를 총망라한 수 십여 종이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홍수가 나 성이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반대편 제방을 무너뜨려 농민을 희생시키려는 성주와 이에 맞서는 고대 아시아 농민들을 다룬다.
극은 스타킹 같은 가면을 쓰고 인형이 된 배우와 이를 조종하는 또 다른 2~3명의 배우들에 의해 형상화되는데 수십 톤에 달하는 물이 쏟아져 나와 무대를 뒤덮는 마지막 장면이 또한 인상적이다. 일본풍 의상이 다수인 점은 미리 감안해야 한다.
공연 시간은 7시지만 6시에 도착하는 게 좋다. 태양극단의 요청에 따라 출입구에 마련된 천막 식당에서 배우들의 분장 과정을 자연스럽게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휴식시간에는 배우와 연출가가 직접 만든 프랑스 요리(유료)도 맛볼 수 있다.
관객이 극단의 연극 세계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배려로 그들이 서는 카르투슈리 극장 방식 그대로다. 현재 13일 공연은 매진된 상태고 전체적인 예매율이 70%선이다.(02)2274-3507~8.
김희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