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베를린 브라운관(CRT) 공장 폐쇄 결정으로 독일 현지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27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SDI가 22일 베를린 브라운관 공장 폐쇄 방침을 발표한 이후 현지에서는 현지 법인 소속 직원들이 항의 시위를 벌였으며 이날 집회에는 하랄트 볼프 베를린시 경제 장관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이 심각한 실업난을 겪는 가운데 상급 노동단체들도 연대하고 있다.
공장 직원들은 "브라운관 수요 감소는 오래전부터 예고돼 왔던 일이며 이에 따라 새로운 전략 품목 개발과 이에 대한 투자를 요구해왔지만 묵살됐다"며 "일방적인 철수결정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SDI 독일법인(SDIG)은 구 동독의 WF사를 인수, 1993년 설립돼 TV용 브라운관(CPT)을 생산해 왔으며 고용규모는 700여명이다.
회사측은 PDP TV, LCD TV 등 평판 TV로의 수요 전환에 따른 유럽 브라운관 시장의 급속한 위축과 공장 가동률 급락, 유럽내 극심한 판가 인하와 수익성 악화, 중국, 인도 등 초저가 브라운관 유입 확대, 인건비 부담 등으로 올해 연말에 공장을 폐쇄키로 결정했으며 연구.개발(R&D)센터와 영업.서비스 조직은 유지키로 했다.
삼성SDI 독일 법인이 베를린시, 유럽연합(EU)으로부터 3천만 유로(약 370억원)의 보조금을 받은 것과 관련, '대규모 보조금까지 받아낸 뒤 종업원들이 경영실패결과를 떠안게 됐다'며 베를린시 뿐 아니라 일부 정당을 주축으로 한 정치권에서 조차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정치적 이슈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계약상 보조금 지급의 조건으로 적어도 5년간은 공장을 유지토록 돼 있으며 올해 12월31일로 '5년 조건'이 해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독일 지역에서 발행되는 한인 종합 주간지인 'EUKO24'는 26일자에서 "독일 언론들이 삼성SDI의 베를린 공장 폐쇄에 대해 삼성의 사회적 책임 의식을 강조하며 압박하는 등 과잉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삼성SDI 고위 관계자는 "불가피한 결정으로 번복하기 힘들고 공장 폐쇄시점이 보조금 지급 관련 공장 운영 최소 기한인 올해말인만큼 문제되지 않는다"며 "위로금지급 등을 놓고 협상을 진행중이며 순조롭게 타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윤추구가 기업의 최우선 가치라는 점을 감안할 때 공장 폐쇄 결정은 기업의 고유권한"이라며 "외투 기업에 대한 배타적 시각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