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체계 조작을 통해 돼지의 심장이 거의 거부반응 없이 양에 성공적으로 이식돼 돼지 장기를 인간에 이식하는 이종간(異種間) 이식이 한걸음 더 현실로 다가왔다.
미국 네브래스카대학 메디컬센터 연구팀은 `외과 회보`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양의 골수세포를 돼지 태아에 주입해 탄생시킨 돼지를 길러 그 심장을 양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각각 13마리의 돼지와 양을 대상으로 우선 양의 골수세포를 돼지의 태아에 주입해 출생시키고 이 돼지의 비장에서 백혈구를 채취해 다시 양에 주입했다. 따라서 이 백혈구는 돼지와 양의 유전물질을 모두 가지고 있다.
연구팀은 돼지가 다 자란 뒤 그 심장을 적출해 양의 본래 심장은 그대로 둔채 체외에서 양의 목 아래쪽에 있는 혈관과 연결시킨 뒤, 인간 장기이식 환자에게 투여되는 것보다 낮은 단위의 면역억제제를 양에 투여했다. 그 결과 돼지의 심장이 이식된 양 13마리 가운데 1마리에서 거부반응이 나타나고 5마리는 가벼운 거부반응을 보였으며, 나머지는 70일이 지나도록 거부반응이 전혀 없었다.
동물장기를 인간에 이식하는 기술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이종이식 회사인 시메렉스(오마하 소재)사의 사장이자 이번 실험을 지휘한 윌리엄 비쇼너 사장은 돼지장기의 인간이식에도 이와 똑같은 방법이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즉 인간의 골수세포를 채취해 이를 돼지 태아에 주입하고 태어난 돼지의 장기가 사람에게 이식할 만큼 커지면 떼어내 사람에게 이식한다는 것이다.
비쇼너 사장은 “이러한 과정은 약 6개월이 소요될 것”이라며 “신장ㆍ간 그리고 인슐린을 생산하는 췌장 도(島)세포도 같은 방식으로 이종이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돼지의 심장 등 장기를 인체에 이식해 심장병 등을 치료하기 위한 연구가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한편, 국내에선 바이오벤처 엠젠바이오(대표 박광욱)가 축산관련 업체인 ㈜선진과 공동으로 생명과학연구소를 설립, 곧 사람에게 이식할 때 초급성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련 유전자를 없애거나 치료용 단백질을 생산할 복제돼지 수정란을 만들어 대리모 돼지에 이식하는 실험에 들어간다.
박 대표는 “다음 주부터 대리모에 이식할 복제수정란을 1주일에 2~4마리씩의 대리모 돼지에 마리당 100~150개씩 모두 100~200 마리에 이식할 계획이다”며 “4개월 뒤부터 장기이식 실험용 새끼돼지들이 잇달아 태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안길수기자 coolass@s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