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선 "미스샷일땐 배상의무 없다"본격적인 시즌을 앞두고 타구(打球)사고에 대한 배상문제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15일(한국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로체스터에서 옆 홀에서 날아 온 볼에 한쪽 눈을 맞아 실명한 한 여성골퍼가 무려 120만달러(약 15억2,500만원)를 받게 됐다는 발표가 나왔다.
그러나 하루전인 14일 미국 연방 대법원은 '골프코스처럼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상황인 만큼 실수에 대한 책임보다는 스스로를 방어하는 의무가 먼저'라며 '골프코스에서 낸 미스 샷에 대해 무조건 배상할 의무는 없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어떤 경우에 누가 책임을 져야 할지를 놓고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로체스터 사고의 배상책임은 골프장이 77%, 미스 샷을 낸 골퍼가 33%를 질 전망이다.
피해자인 테리 뎁의 변호사인 티모시 샤퍼는 "이번 사건은 골퍼의 부주의보다는 잘못된 코스 설계에 더 큰 원인이 있어 골프장 책임비중을 높여 소송안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법정 소송으로 가기 직전 양측의 합의로 해결됐다.
테리 뎁은 지난 98년 10월 로체스터 근교의 엘크스 로지GC에서 어머니와 라운드하던 중 8번홀 그린에서 퍼팅을 하다가 옆 홀인 1번홀에서 서니 모슬리라는 골퍼가 친 세컨 샷에 눈을 맞아 그대로 실명했다.
사고후 뎁은 변호사를 통해 '8번홀 그린과 1번홀 페어웨이 경계가 불과 6야드(1.8㎙)에 불과해 사고를 유발했다'며 골프장측에는 설계잘못을, 모슬리에게는 뎁 일행이 홀아웃하지 않았는데도 샷을 강행해 사고를 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같은 합의에 따라 앞으로 국내에서도 각 골프장들의 안전관리 책임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기 하루 전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94년 타구 사고로 의식불명상태에 빠진 제프리 쉬크의 소송안에 대해 이유없다고 기각, 지방법원으로 돌려 보냈다.
연방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기량이 뛰어난 골퍼라도 언제든 실수를 할 수 있으며 골퍼가 고의로 또는 특별히 부주의해서 그런 미스 샷을 내지 않았다면 이에 대한 배상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쉬크는 존 페롤리토라는 골퍼와 동반해 라운드를 하던 중 비기너인 페롤리토가 티잉 그라운드에서 날린 멀리건 샷한 볼에 맞았다. 페롤리토는 "샷을 하기 전 쉬크와 눈이 마주쳤고, 분명히 조심하라는 손짓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 판례로 본 일반적인 배상책임.
골프장내 타구사고는 주로 뒷 팀에서 친 샷에 맞은 경우, 인접 홀에서 날아 온 샷에 맞은 경우, 동반자의 샷에 맞은 경우로 나눠 진다.
그동안의 판례에 따르면 뒷 팀에서 친 샷에 맞은 경우 사고를 낸 골퍼는 형사상 과실치상죄로 처벌받고, 민사상으로는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캐디가 쳐도 좋다고 했을 때도 마찬가지. 최종 판단은 플레이어가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캐디와 캐디를 배치한 골프장측도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
캐디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때 역시 캐디와 골프장이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
캐디가 적극 제지한 경우는 골퍼만 책임을 진다.
인접 홀에서 날아 온 볼에 맞은 사고는 골프장측의 안전시설 설치 의무가 우선 고려돼 골프장측이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
그러나 골퍼가 무리하게 샷을 했을 경우 책임을 진다. 일본에서는 비기너가 컨트롤하지 못하는 드라이버로 샷해 인접 홀의 골퍼에게 부상을 입힌 경우 골퍼에게 도의적인 책임을 물어 배상금의 일부를 부담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같은 조 골퍼의 볼에 맞은 경우는 피해자의 주의의무가 강조되며 대부분 피해자의 과실을 제외한 만큼만 가해자가 배상을 한다.
김진영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