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개념부터 바꿔야 합니다. 임용시험에 합격한 사람이 자동적으로 공무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공적 업무를 맡으면 공무원으로 인정해야 철밥통이 깨져요."
이동걸(사진)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는 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관료들의 적폐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시험을 통과하면 평생 직장을 보장하는 것부터 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경제금융 전문가다. 참여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금융위원회(옛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정부조직에 몸담기도 했다. 관료개혁에 대한 그의 주장은 상당히 급진적이었다. 그만큼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의미로 보였다.
이 교수는 "민간에서 널리 인재를 구해 공무를 맡기면 된다"며 발상의 전환을 요구했다. 직업공무원제가 제 역할을 못하는 만큼 공무원 신분을 특권처럼 보장해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처럼 특수 개방직을 만들어 몇 명만 들이고 나머지를 공무원이 다 차지해서는 개혁이 불가능하고 안에서 자체적으로 하기는 더 어렵다"며 "프레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안으로 책임공무원제를 제시했다. 투표로 당선된 대통령이 일정 직급 이상의 공무원을 전원 물갈이하는 것이다. 엽관제를 떠올린다. 그는 "엽관제의 단점은 억제하면서 전반적으로 쇄신해야 한다"며 엽관제 대신 책임공무원이라는 단어를 썼다.
이 교수는 "공무원이 정권과 같은 철학을 가지면 대통령 임기 5년간 책임감을 갖고 일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처럼 공무원이 이쪽저쪽 단물을 빠는 것보다 차라리 자신의 진보·보수 성향을 명확히 하는 게 훨씬 낫다"고 덧붙였다. 정권이 물러나면 공무원이던 인사들은 야당의 브레인 역할을 맡고 일정 득표율 이상의 정당에 대해서는 국고를 보조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크게 보면 여당과 야당 두 개의 주류를 키워 정책대결을 벌이자는 요지다.
그래도 관료들이 20~30년간 쌓은 전문성은 우리 사회에 필요하지 않을까. 실제 산하기관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관료도 더러 있다. 그는 "공무원의 경쟁력이라는 건 진정한 경쟁력이 아닌 정부와의 관계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산하기관에 공무원 비율이 낮아지면 민간에서 좋은 사람이 더 많이 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금융전문가인 그가 어떻게 관료개혁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궁금했다. 그는 "금융이 굴러가게 만드는 게 제 공부의 목적인데 금융이 잘 굴러가게 하려고 보니 재벌문제가 걸리고, 재벌문제를 얘기하다 보니 기득권 집단이 된 관료를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당한 공권력은 막강하다고 했다. "금감위에 있을 때 아무리 거대재벌이라도 정당한 공권력은 정말 강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미국이나 유럽도 비리가 많지만 기본 룰이 갖춰져 있고 처벌이 확실해 기업인 행위의 범위를 정해준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막판 그는 "해양수산부가 연안여객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요"하고 되물었다. 그럴 리 없다는 것이다. 국가안전처 신설에 대해서는 "구태의연한 발상이다. 결국 남은 자들이 승진파티를 벌일 것"이라고 혹평했다.
관료개혁을 위해서는 대통령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멘텀이 있을 때 개혁을 단행하고 빨리 정착시켜야 한다"며 "대통령의 의지와 능력·끈기·진정성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