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식약처 허가 절차 간소화 시급”

바이오업계, 최양희 미래부 장관 간담회서 현안 논의

임상·투자유치 등 해외 진출 지원 인프라 지원도 건의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절차를 간소화해 뛰어난 바이오 기술을 적기에 시장에 선보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바이오업계는 17일 경기도 성남 파미셀(005690) 본사에서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주재로 진행한 바이오업계 간담회에서 “불필요한 허가 절차를 생략하고 해외 인허가를 지원하는 정부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간담회는 이날 미래부가 발표한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 육성계획’과 관련 업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업체들은 국내 식약처 허가와 임상이 해외에 비해 과도하게 길어 제품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임상 기간 대다수 업체들이 자금난에 시달리며 경영상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진단서비스업체인 랩지노믹스 진승현 대표는 “과거에는 신의료기술을 신고만 하면 됐지만 이제는 허가제로 바껴 1년 정도 절차를 밟아야 출시가 가능하다”며 “바이오벤처 기업은 빠르게 제품을 선보여 매출과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데 선진국에 비해 불필요한 규제가 많아 수익화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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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R&D 자금이 장기 프로젝트에 지원돼야 한다는 건의도 쏟아졌다. 나학록 씨유메디칼 대표는 “체내에서 심장제세동기 역할을 하는 기기를 개발하고 있는데 대다수 정부 R&D 자금이 단기 프로젝트에 몰리다 보니 번번히 좌절됐다”며 “의료산업의 성장성이 크지만 대표 산업으로 크지 못 한 이유는 정부 R&D 자금이 눈앞의 가시적 성과가 큰 사업에만 몰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수진 메디포스트(078160) 연구소장도 “바이오 제품의 특성상 출시하고 난 다음에도 R&D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상업화 이후 R&D 지원이 미미하다”며 “연구 초기 단계부터 대학과 협력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한편 제품화 단계별 R&D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생명윤리법) 상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재천 제넥신(095700) 부사장은 “현재 생명윤리법에서 유전자 치료제는 유전질환·암 등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이면서 치료법이 없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데 질환 규제가 과도해 다양한 치료제 개발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외국처럼 질환 제한 없이 다양한 치료제 개발과 연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달라”고 촉구했다. 유승신 바이로메드(084990) 본부장도 “현행 생명윤리법에는 유전자 치료를 유전자 변이를 유발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는데 사실상 유전자 치료는 체세포에 투입하는 방식이라 유전자 변이를 유발하지 않는다”며 “현재 정의로는 환자들이 거부감을 느끼기 쉬워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투자유치와 M&A, 기술매매가 활발해질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현수 회장은 “파미셀의 경우 바이오제약과 케미칼 기업이 합병해 시너지를 낸 사례”라며 “바이오 기업간 인수합병이 원활해져야 다양한 기술이 융합돼 시너지를 내고 투자도 유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K텔레콤에서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김명립 IVD본부장도 “정부가 직접 기업에 지원을 하는 방식 보다는 미국의 바이오기업이나 창투사들이 국내 바이오 기업을 평가하고 투자하도록 해 해외 자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교두보를 만들어주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한국 기업들은 기술에만 몰입하고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향이 많은데 해외 투자 전문가들을 통해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의사협회 등의 반대로 수년째 시범사업으로만 머물고 있는 원격진료가 합법화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자수 아이센스(099190) 부사장은 “맥박이나 혈당 등을 측정하는 진료는 가장 기본적인 진료인데 이마저도 허용이 되지 않는다면 한국이 바이오기술(BT) 선진국이 될 수 있겠느냐”며 “이제는 시범사업의 틀을 넘어 구체적인 시행단계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다.

간담회를 마무리하면서 최 장관은 “2020년까지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의약품이 10가지 이상 나오고 선도 기업도 100곳 정도 나올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목표로 기술개발부터 임상, 생산, 영업, 수출까지 지원하는 전략을 수립했다”며 “수요에 입각한 중장기 산업 육성 정책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업계 건의사항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촘촘하게 얽힌 규제를 끊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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