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11월 20일] 위기를 기회로

산업수도 울산의 주력 업종들이 최근 몰아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줄줄이 위기를 맞고 있다. 조선과 석유화학ㆍ자동차 등 이른바 ‘빅3’ 업종들이 환율상승과 매출감소로 예외 없는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세계 조선 산업을 주도해온 울산의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은 지난달 단 한 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해 사실상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향후 3~4년간 물량을 이미 확보한 상태라 당장의 어려움은 없어보인다. 하지만 신규 선박 수주가 없다 보니 지난 몇 달간 수주 때 받는 선급금이 한푼도 들어오지 않아 현금유동성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1위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도 지난달 이후 현격한 내수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수출도 상당 부문 감소한 상태다. 더구나 자동차에 대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설이 나돌면서 경영위기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울산의 석유화학업계는 이보다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국내 최대 정유회사인 SK에너지는 지난달부터 나프타 분해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회사 설립 46년 만에 처음 겪는 일이다. 특히 SK에너지는 나프타 분해공장 가동 중단 등으로 현재 200여명의 인력이 조업에 투입되지 못한 채 사실상 휴무상태에 들어가 직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수도 울산을 떠받치던 이들 업종의 위기감이 예상외로 커지다 보니 울산의 지역 경제는 물론 국내 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이 확대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연간 2조원 이상의 임금과 7조4,000억원의 자재대금, 법인세 500억원을 풀고 있으니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이들 ‘빅3’ 업종을 대표하는 기업들은 지난 40여년을 닦아온 저력이 있다. 가혹했던 IMF 때도 한치의 흔들림 없이 이겨낸 기업들이다. 이 때문에 대다수 시민들은 이들 기업이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경쟁력이 뒤처지는 중국 등 신흥 조선업체들이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로 쓰러진다면 오히려 세계 1위 조선 기업의 위상은 더욱 공고해질 가능성이 높다. 내수부진 속에서도 중소형차의 약진과 세계 신흥 시장에서의 선전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자동차도 고질적 문제인 ‘노사문제’만 발전적으로 풀어간다면 세계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을 던지고 있다. 지난해 3,600억달러 수출시대를 견인했던 울산의 주력 산업들이 이번 위기를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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