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9월에 중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경상수지 적자 전환, 외환위기 이후 최대 자본 유출 등으로 ‘9월 금융위기설’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청와대와 정부ㆍ한국은행 등은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하고 있어 말 그대로 ‘설(說)’로 끝날지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최근 유가 안정과 환율 급등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위력을 보일지, 물가가 하향 안정, 상승 지속 중 어느 쪽으로 가닥이 잡힐지도 주목된다. 이에 따라 공기업 선진화 방안, 감세안 등과 맞물려 정부 경제 운용 방향이 안정에서 성장으로 ‘U턴’ 할 것인지의 여부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9월 금융위기설 판가름=7월 경상수지와 자본수지가 동시에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전체 국제수지는 82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자본수지 적자는 외국인 자금 이탈로 57억7,000만달러에 달했다.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8월에도 경상수지 두 달 연속 적자, 증권ㆍ채권 등에서의 외국인 자금 유출 등이 이어지면서 9월 위기설이 증폭되고 있다. 9월에 만기를 맞는 외국인 보유 채권이 일시에 빠져나갈 경우 환율과 금리가 올라가고 금융기관과 일반 기업들이 부도 위기에 직면한다는 시나리오다. 물론 청와대 등은 9월 위기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31일 “단기외채 중 상당부분이 기술적인데다 1년 안에 우리가 받아야 할 채권을 고려하면 오히려 1,000억달러 정도 많다”며 “대외지불능력에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위기설을 부풀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떨어지고 고용이 창출되지 않고 물가가 오르는 등 어려운 시기인데 이 때문에 위기가 올 것이라고 사전에 예단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환율ㆍ유가 방향에 관심=9월에는 원ㆍ달러 환율도 1,100선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환율이 급등하면 물가를 끌어올리고 가계소비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키코(KIKO)와 같은 파생상품에 가입한 수출 중소기업들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 문제는 1,100원선 돌파 이후다. 현재로서는 1,100원 중반대에서 안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장담하기 어렵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화가 대부분 통화에 강세를 보이는데다 외국인의 주식 매도 지속, 수입업체 결제 수요, 경상수지 적자 지속 전망 등 환율 상승 요인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음달 중순 미국 금융기관의 실적 발표 이후 세계적 신용경색으로 선물환 거래 관련 은행들의 외화자금 미스매칭이 심화할 경우 외환 시장의 불안이 증폭될 수 있다. 반면 외환 당국은 외환보유액 감소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환율 상승의 속도만 조절하는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유가 향방도 관심사다. 한때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하던 국제유가는 7월 중 꾸준히 하락해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기준으로 지난달 말 115달러대를 보였다. 지금은 추가 하락을 점치는 목소리가 많지만 반등할 것이란 전망도 만만찮다. ◇‘안정’에서 ‘성장’으로 가나=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8월 소비자물가는 휘발유 가격 인하로 7월에 비해 하향 안정되면서 6%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국제유가 하락 영향은 다음달에 반영될 것”이라며 9월 소비자물가도 하향 추세가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반면 소비심리ㆍ산업활동 등 각종 경기 지표에는 온통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경기 둔화 속도가 빨리지는 와중에 9월 이후 물가가 안정될 경우 경제 운용 방향도 안정에서 성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쇠고기 정국 탈출과 베이징올림픽 이후 지지율 회복으로 MB노믹스도 재가동되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현재 경기상황을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내수 확대 대책이나 추경 등 경제살리기와 관련한 대책들을 국회가 심의에 착수해 최단시일 내에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여당은 9월1일 시작되는 정기국회, 9월15일 재계 총수와 민관 합동회의 등을 계기로 감세와 규제개혁 등을 통해 일자리ㆍ투자 활성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성장 드라이브를 위한 전제 조건은 환율ㆍ물가 안정이다. 이래저래 9월 한 달은 MB노믹스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