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1일 중국의 위안화 절하 조치 이후 중국 증시의 추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요동친 것은 중국 증시 뿐이 아닙니다. 국내를 포함해 글로벌 금융 시장도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 탓에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지금의 혼란은 중국의 위안화 절하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도대체 기축통화도 아닌 위안화가 글로벌 금융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이유가 뭘까요.
저렴한 인건비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중국은 2001년 WTO에 가입하며 ‘세계의 공장’ 역할을 맡아 왔습니다.
위안화 가치가 낮게 유지된 덕분에 수출 경쟁력은 더욱 높을 수밖에 없었고 무역수지 흑자도 이어졌는데요. 자연스럽게 중국으로 들어오는 외화가 많아지면서 외환보유고도 급증했습니다.
2011년 중국은 외환보유액 3조 달러(세계1위 규모)를 넘어섰고 줄곧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위안화의 국제화가 가속화된 계기는 역외무역결제 정책을 시작한 이후입니다.
정부의 정책에 따라 무역 결제 때 위안화로 결제하는 비중을 늘려나갔고 이후 글로벌 외환거래소에서 위안화의 거래도 활발해졌습니다. 위안화 표시 채권이나 어음 규모도 늘어났고 위안화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도 많아졌습니다.
자본 시장을 여는 행보는 계속됐습니다. 특히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이 병행됐는데요.
단적인 예가 다른 나라와 통화를 교환하며 금융 협력을 강화는 ‘통화 스와프’ 체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입니다.
또 유럽에 위안화 거래소를 설치해 그동안 홍콩을 통해 거래했던 위안화를 인민은행에서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제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아닌 ‘세계의 금고’로 변했습니다. 자본시장 개방 이후 위안화 환율이 계속해서 올라가면서 중국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최저임금이 매년 13% 이상 올랐으니 중국 기업들은 과거와 같은 이익을 내기 어려워졌고 내수 경기 지표도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습니다.
중국이 위안화 절하 카드를 꺼내든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위안화 가치를 낮춰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고 경기도 부양시키겠다는 건데요. 어떤 식으로든 위안화 절하 조치는 중국의 수출을 늘리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지만 문제는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춰 수출을 강화하겠다는 나라가 중국뿐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의 핵심 정책으로 엔저를 추진하며 경기부양효과를 보고 있고 유럽중앙은행도 일명 돈 풀기를 통해 유로화 가치를 낮추고 있습니다. 이들의 환율전쟁이 결국은 승자 없는 게임으로 끝나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게임의 룰에선 한국 같은 주변부 국가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도 걱정스러운 부분입니다. 통화가치 절하 경쟁 속에 이미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200원선에 육박하고 있죠. 원화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건데요. 원화 약세는 수출에는 도움이 되지만 급격하게 절하될 경우 지금처럼 외국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부작용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