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산업적 관점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지난해 동네 슈퍼마켓을 보호하기 위해 유통법과 상생법이 일부 개정됐다. 그러나 유통법은 전통시장을 고립시키고 있고 상생법은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통해 무력화되고 있다. 이는 구조적인 문제를 방치하고 피상적인 현상만을 단기적으로 치유하려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방문판매법 개정안은 대다수 방문판매업체에 다단계판매에 준하는 규제, 즉 후원수당 및 취급제품 가격상한제, 등록제, 소비자피해보상보험 의무가입, 옴니트리션 기준 등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급자 채널로서 공급망인 방문판매와 소비자네트워크로서 수요망인 다단계판매는 인적판매라는 동질성이 있는 반면에 운영상 구조적으로 서로 상이한 업태인 점이 간과되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을 단순히 판매원 단계만으로 유사한 규제를 적용한다면 다음과 같은 부정적 결과가 우려된다. 첫째, 최대 80만명의 고용창출을 하고 있는 방판업계에 새로운 규제는 수많은 실업을 발생시킬 것이다. 둘째, 새로운 규제에 따른 각종 비용부담과 중소방판 조직원의 대대적 이탈로 방판산업이 대형방판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셋째, 새로운 규제는 방문판매 산업의 위축과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후원방판으로 정의된 업체들은 다단계 형태의 조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에 법 개정의 효과성은 있는 것인가. 명목상으로는 소비자 보호 차원의 법 개정이나 실질적으로는 불법적인 방판업체를 퇴출하겠다는 의지가 있다. 그러나 불법적인 업체의 퇴출은 규제가 아니라 관리와 감독의 문제이다. 제이유 사태 원인이 법의 부재에 따른 문제인지 감독기관의 관리감독의 문제인지를 판단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합법적인 업체일지라도 사행성이 높은 경우는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사행성은 성취할 확률이 매우 낮은 기대소득, 과수요를 유발하는 교육, 그리고 다단계판매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으로 말미암아 발생한다. 그러나 방판법 개정안이 정의한 후원방판의 경우 이와 같은 요소를 가지고 있지 않고 또한 새로운 규제방안으로는 사행성을 낮출 수 없으며 극단적으로는 이를 조장할 수도 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법 개정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사전적 규제보다는 협회를 통한 자율규제를 바탕으로 사후적 처벌을 강화하는 글로벌스탠더드에 부응하도록 법 개정이 이뤄져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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