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총선 승리는 노사ㆍ기업ㆍ금융 등 핵심 경제 정책의 추진 속 도와 양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정부가 추진 해온 성장 중심의 정책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기업 관련 규제와 신용불량자 해결 등 정책의 해결 속도는 상당 부분 빨라 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으로는 ‘여당 승리→정치 갈등 해소→불확실성 해소→내수 진작ㆍ투자 활성화’라는 선순환의 흐름도 조심스럽게 점쳐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장밋빛 전망은 모든 경제 주체들이 ‘선순환의 구조’대로 흘 러간다는 전제 아래 그려진다. 정치는 당분간 경제 흐름의 핵심 변수로 남 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정치 불안이 재연될 경우 수출 중심의 외끌이 경제는 언제든 악순환의 구조로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 ‘성장 중심 정책’ 이어진다= 박병원 재경부 차관보는“정부 의 현 정책 기조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민간 전문가들도이 같은 시각에 동조한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여당이 안정의석을 얻게 됨에 따라 지난1년간의 정책 혼선이 사라질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을 뼈대로 한 성장정책도 힘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우선 ‘총선용 선심 대책’이라는 비판으로 발표를 미뤘던 대책들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내수와 설비투자를 촉진시킬 수 있는 경기 활 성화 대책과 고용 증대 특별 세액 공제와 서비스업 세제지원 등과 관련한구체적인 기준 등이 발표 대상에 포함된다.
이와함께 ▦종합 부동산세법 제정안 ▦사모펀드 활성화를 위한 간접 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안 등도 늦어도 다음달안에 나온다.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토지규제 개혁 방안도 발표된다.
정책의 불확실성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 원 거시경제연구센터 소장은 “총선을 앞두고 미뤄졌던 굵직한 기업ㆍ노사 정책들이 정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확실성을 덜 수 있다는 것은 기업 투자를 촉진시키고 소비 심리를 북돋운다는 점에서는 일단 긍정적 요소 다.
물론 일각에서는 여당의 승리가 가져올 후폭풍을 우려하는 시각도 나온다. 여당 승리에 따라 개혁 정책이 가속화할 것이란 설명이다. 허찬국 소장은 “여당이 승리의 기운으로 개혁 정책을 강하게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며 “여당내에서 분배 정책이 지나치게 강조될 경우 기업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기업 규제 선별적 해소, 노사 관계가 문제= 정부의 기업 정책에 대해서는 다소 견해가 엇갈린다. 일단은 기업 투자를 가로 막는 규제들은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란 견해가 강하다.
핵심 현안인 출자총액제한제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출자총액제한제의 폐지 를 포함한 정책 방향을 선거 이후로 미뤄 놓고 있다.
정부는 이달안에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내놓을 예정. 산업자원부는 재계의입장을 담아 “핵심 건별로 출자총액제한제의 예외를 인정하자”고 하지만 , 공정거래위원회는 여전히 확답을 피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현행 유지를 주장해왔지만, 일정 부분 풀어질 공산이 크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선임 연구원은 “개혁의 성격과 관련이 적은 부분의결정 속도는 빨라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노사 문제는 기업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 요소다. 김영배 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민주노동당의 승리로 하반기에는 제도개선을 위한 노동계의 총력 투쟁도 가능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 재정ㆍ금융 정책도 조기 결정= 재정ㆍ금융 부분에서 우선 관심이 모아지는게 신용불량자 문제다. 5월 출범 예정인 배드뱅크의 경우 여당 의 승리로 일단은 정책 추진에 탄력을 붙이게 됐다.
배드뱅크의 출자 규모와 양태가 관건이었는데, 당정은 선거 승리를 토대로 과감하게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환율 정책의 경우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일정 부분 ‘원고(高) 정책’을 유지할 것(재경부 관계자)이란 관측이 강하다.
문제는 경제 외적인 함수들이 가져올 부정적 영향이다. 삼성구조조정본부고위 관계자는 “선거와 탄핵 과정을 계기로 사회ㆍ문화적인 패러다임이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부분이 오히려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당이 승리를 바탕으로 행정부와 충돌할 경우 경제 부분의 불확실성은 심 화할 수 있다.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도 “정책의 리더십이 국회로 넘어갈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정치권의 이합집산에 따른 경제 불안도 배제 할 수 없는 경우의 수다.
/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저작권자ⓒ 한국i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