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유럽자금 한국 대탈출

금융시장 신용경색 조짐에 8월 이후 6조5,000억원 빼가 원ㆍ달러환율 50만에 100원 급락 유럽계 자금이 한국시장을 대거 탈출하고 있다. 유럽 금융시장에서 달러자금을 구하지 못하는 신용경색 조짐이 일면서 유럽계 투자기관들이 지난 8월 이후 2개월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무려 6조4,725억원의 한국 주식과 채권을 대거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발(發) 재정위기로 신용경색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계 투자자들이 한국시장에서 대규모 투자자금을 회수하면서 원ㆍ달러환율은 연일 연중 최고를 갈아치우고 있다. 신용경색에 따른 유럽 은행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불안감은 글로벌 금융시장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중국의 한 국영은행은 유럽재정 위기 확산을 우려해 프랑스 은행 3곳과 맺은 외환(FX)스와프 거래를 중단했으며 독일 지멘스는 프랑스 대형은행에 예치했던 5억 유로를 인출해 안전한 유럽중앙은행(ECB)에 넣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유럽계 투자자들은 8월 이후 9월 19일까지 국내 채권시장에서 2조1,555억원의 채권을 순매도했으며 주식시장에서는 4조3,170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주식과 채권을 합한 총 유가증권 순매도 규모는 6조4,725억원에 달한다. 유럽계를 포함한 외국인들의 상장채권 투자규모는 ▦4월 1조1,306억원 ▦5월 2조6,152억원 ▦6월 2조1,651억원 ▦7월 2조9,026억원 등을 나타내며 가파르게 증가했지만 그리스 부도설과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 영향으로 8월에는 1,340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조중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2009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유럽계 기관들이 해외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는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며 “아시아와 미국계 투자자들과 달리 유럽계 자금이 공격적으로 한국 채권을 정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유럽계 투자자들이 한국 보유자산을 대거 처분하고 있는 데다 원ㆍ달러환율의 추가상승을 겨냥한 투기적인 매수세력까지 가담하면서 원화가치는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원화환율은 전날보다 11.4원 오른 1,148.4원에 장을 마감했다. 원ㆍ달러환율은 최근 50일만에 100원이나 급락했다. 이날 환율은 종가기준으로 지난해 12월 27일(1,149.0원)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ㆍ달러환율은 전날보다 7.0원 오른 1,144.0원으로 개장해 기획재정부 고위관료의 시장개입성 발언으로 한때 1,140원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곧바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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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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