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우려" 각국 긴축 전환
ECB, 내달 금리인상…印尼·比등 亞국가들도 속속 올려
김희원 기자 heewk@sed.co.kr
세계 각국이 고유가와 식품가격 상승세에 시달리며 줄줄이 금리인상을 단행하거나, 금리인상 기조로 선회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이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금리를 인하하거나 동결하던 기조가 최근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면서 긴축 기조로 급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5일(현지시간)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4%로 동결하면서 "인플레이션 수준에 대해 최고 수준의 경계감을 갖고 있다"면서 오는 7월중에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트리셰 총재가 보다 구체적이며 직접적으로 금리인상을 언급했으며, 이는 성장 둔화를 억제하기보다 물가 안정을 더 중시한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유로존 15개 국가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6% 오르며 급증세를 나타냈다.
또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4일 "인플레이션이 우리가 원하는 수준을 넘어섰다"면서 금리 인하 중단 이후의 조치가 긴축기조임을 명백히 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 3일 "달러 가치의 하락이 인플레이션과 그 기대심리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며 금리인상에 앞서 강한 달러 정책으로 전환할 것임을 시사한바 있다.
경제 성장을 위해 인플레이션 대응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아시아 각국도 속속 금리 인상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지난 5일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각각 0.25% 포인트씩 전격 인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정책이 전환되는 신호탄"이라고 해석하며 7월중 인도를 시작으로 말레이시아ㆍ대만ㆍ태국 등이 금리인상 대열에 속속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아시아 국가들이 금리인상에 나서는 것은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할 경우 성장 신화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5일 막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에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화두로 떠올랐다. 이사회는 이날 의장요약문 형식의 성명을 통해 "각료들은 인플레이션 압력과 인플레 기대가 고조될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며 "경기 호전을 앞당기려면 긴밀하고도 지속적인 정책조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