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업계 과열 경쟁으로 유료방송과 방송 콘텐츠 시장의 생태계가 어려워지면서 일부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이 비방송 쪽으로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블TV 방송사인 현대HCN은 하반기 중 정수기 렌탈·카드단말기·CCTV 서비스를 시작한다. 현대HCN의 계열사인 현대백화점그룹에서 정수기 렌탈 서비스 사업을 이관 받았다. 방송 콘텐츠에 대한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지기 때문이다.
티브로드도 올해 초부터 TV, PC와 같은 가전 기기 렌탈 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CJ헬로비전도 지난해 말 홈 CCTV 서비스를 시작했고, 지역 내 비방송 서비스를 위한 추가 사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형 케이블TV 방송사들이 속속 비방송 사업을 위해 해외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사례 조사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케이블TV 방송사들이 비방송 사업을 늘리는 데에는 방송 사업 수익성 악화가 원인이다. 현재 케이블TV 방송사의 수익성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방통위에 따르면 케이블TV 방송사의 기본 채널 수신료 수입은 2012년 전년 대비 3.3% 줄어든 이후, 2013년(-8.9%), 2014년(-13.7%) 연속으로 수익이 악화되고 있다. 비용은 매년 상승한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케이블TV 사업자의 기본채널 프로그램 사용료는 12.6%, 7.6%, 6.8% 상승했다.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 3개 유료방송 플랫폼의 가격은 만원 이하대에 형성돼 있다. 방통위에서 발간한 '2014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를 보면 디지털 케이블TV의 최저 가격은 8,800원. IPTV도 9,000원이고 위성방송(KT스카이라이프)도 만원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2012년 기준 유료방송 1인당매출액(ARPU)을 보면 한국은 10달러 수준. 미국(61달러), 영국(49달러) 등에 비해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1달러에도 한참 못미친다.
이는 유료방송 업계의 경쟁이 콘텐츠나 서비스 개선보다 가격 인하에 집중되기 때문이라고 평가된다. 특히 지난 2008년 유료방송 시장에 진입한 IPTV 업계가 '방송 공짜' 마케팅을 펼치면서 생태계는 더 악화됐다고 유료방송 업계는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업계의 가격 경쟁은 결국 콘텐츠 산업으로 가격 전가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SBS는 런닝맨으로 신발을 팔고, CJ E&M은 광고 매출 대신 음원 매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고 같은 맥락"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