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건설사' 딜레마

‘공기를 앞당길 수도 없고….’ 오는 2010년 7월 이후 입주 예정인 미분양 아파트를 가진 건설업체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행정안전부가 2010년 6월 말까지 취득하는 전국의 미분양아파트에 대해 취득ㆍ등록세의 50%를 감면하기로 했지만 이후 준공되는 아파트는 단 며칠 사이로도 이 수혜대상에서 제외될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쌍용건설이 서울 중구 회현동에서 분양하고 있는 주상복합 ‘남산플래티넘’의 경우 입주예정일이 2010년 7월이어서 간발의 차이로 취득ㆍ등록세 감면 수혜를 받지 못하게 됐다. 분양가 13억원선인 이 아파트 204㎡형의 미분양 물량을 구입할 경우 취득ㆍ등록세 감면 혜택을 받으면 대략 1,300만원을 절약할 수 있지만 예정대로 입주를 시작하면 이러한 절세효과를 누릴 수 없게 된다. 쌍용건설의 한 관계자는 “현장 분양사무소에서도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크다”며 “미분양 물량만 생각하면 공기를 앞당기는 게 옳지만 잔금납부 계획을 짜둔 계약자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일토건이 경기 용인시에서 분양하고 있는 ‘신봉동일하이빌’은 같은 지역 안에서도 블록별로 입주일자가 달라 희비가 엇갈린다. 2ㆍ3블록 826가구는 2010년 6월 입주를 앞두고 있어 감면 혜택을 받게 됐지만 4블록 636가구는 같은 해 9월 입주 예정이다. 4억8,000만원선인 이 아파트 112㎡형을 구입할 경우 4블록 계약자는 2ㆍ3블록 계약자보다 500만원가량을 더 내야 할 판이다. 동일토건의 한 관계자는 “4블록의 미분양은 결국 털어내기가 더 어렵게 된 셈”이라며 “20층 이상 고층으로 이뤄진 4블록 아파트는 공기를 앞당길 수도 없어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용인에서 GS건설이 분양 중인 ‘성복자이’ 역시 1차 719가구는 2010년 5월 입주 예정이지만 2차 783가구는 같은 해 8월 입주계획이 잡혀 있어 5억8,000만원선인 130㎡형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최대 600만원가량 세금 차이가 벌어지게 된다. 사정이 이렇지만 공사일정을 단축하기도 어렵다는 게 건설업계의 고민이다. 대규모 단지는 공기 단축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입주 일정을 앞당길 경우 잔금 납부일이 빨리 돌아오게 되는 기존 계약자들의 반발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장비와 인력을 집중 투입해 공기를 1~2달 정도 앞당기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면서도 “다만 공기를 단축할 경우 공사비도 오르게 돼 어느 쪽으로든 건설사의 결정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