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한빛은행 이상하다] `화학적 합병' 지연 조직역량 누수

「한빛은행은 어디로 가나.」국책 프로젝트로 출범한 한빛호가 거센 풍랑에 휘말리고 있다. 합병준비 부족에 따른 업무차질이 장기화되면서 고객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있는 가운데 상업-한일 출신 직원간 화학적 결합이 늦어지면서 곳곳에서 조직의 역량이 새어나가고 있다. 한빛은행은 정부가 5조2,806억원이라는 막대한 공적자금을 들여 재탄생시킨 자산규모 1위(110조6,559억원)의 국가 프로젝트급 은행. 한빛호의 항해가 순조로와야 우리 경제도 본격 회복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 ◇경영목표 달성부터 미지수= 한빛은행은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은 대신 내년 말까지 직원 1인당 영업이익을 외국 선진은행 수준인 1억8,000만원으로 끌어 올리기로 금융감독위원회와 경영정상화계획 이행 약정서(MOU)를 체결했다. 그러나 상당수 실무자들이 『MOU 조건이 너무 가혹해 기를 쓰고 노력해봐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재협상을 추진해 실정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지난 2월말 현재 한빛은행의 고객수는 6개월 전에 비해 30만명 가량 줄어든 상황. 은행측은 줄어든 고객수를 메꾸기 위해 대대적인 고객유치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나 목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혼란속의 임직원들= 한빛은행 경영진은 사업본부제 실시 이후, 선의의 경쟁보다는 「내 살길 찾기」에만 급급한 모습. 합병이후 업무가 폭주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부서의 협조요청을 기피하는 등 「부서이기주의」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성급하게 사업본부제를 도입한 결과, 업무안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특정 업무가 어느 부서의 소관인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직원은 『외국채권 회수협조를 위해 한빛은행에 연락을 했더니 모두가 「어느 부서 관할인지 모르겠다」며 발뺌을 하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행장의 영이 안선다= 김진만 행장은 한빛은행의 사령탑에 앉자마자 『조직 화합을 저해하는 행위를 엄단하겠다』는 강경입장을 밝혔다. 직원들의 「줄서기」를 방치했다가는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될 것이란 판단 때문. 그러나 金행장의 「포고령 1호」는 노동조합 앞에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상업과 한일 노조가 제각각 조합원을 거느리고 왕성하게 활동하다보니 「사모임 금지 명령」이 직원들에게 먹혀들지 않고 있는 셈. 최근 노조 통합을 선언한 하나-보람과는 180도 다른 양상이다. 노조 관계자는 『우리도 합치고 싶지만, 과거 상업과 한일의 임단협 내용이 서로 달라 조정이 필요한데다 경영진이 직원에게 불리한 쪽으로만 몰아세우고 있어 현안이 마무리된 뒤에나 통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간 반목도 불거지고 있다. 일부 임원과 실무자에 대한 투서가 꼬리를 물고 있다는 후문이다. ◇청탁과 로비의 복마전= 위기에 몰린 일부 기업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 로비공세에 나서면서 한빛은행 경영진을 당혹케하고 있다. 임원실에는 매일같이 「한 자리 하는 사람들」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으며 일부 경영진은 잠을 못 잘 정도로 시달리고 있다. 한 실무자는 『문제 기업에서 자꾸 만나자고 연락이 오길래 뿌리쳤더니 외부 고위층으로부터 「건방지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우리가 이럴 정도니 경영진의 고충을 이해할만하다』고 말했다. 일부 직원들은 『행장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외부에서 영입된 행장에게 처음부터 피(감원)를 보게 강요했으니, 누가 행장을 따르겠느냐』는 주장이다.【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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