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여기자, "가족 걱정할까 매일 울었어요"

"좋은 대우 받아… 납치 이유는 모르겠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는 물론 국제 언론자유 수호단체인 '국경없는 기자들' 그리고 무엇보다 질 캐럴(28)의 가족들은 캐럴이 이라크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82일만인 30일 풀려나자 모두 환호했다. 미국인 기자로는 드물게 아랍어를 할줄 아는 캐럴은 이라크로 파견되면서 해외특파원으로서의 꿈이 만개하는 듯 싶었으나, 지난 1월 피랍소식이 전해지면서 전세계 언론인들을 안타깝게 했었다. 그는 CSM의 프리랜서 기자로 이라크에 파견된 직후인 지난 1월7일 수니파 지도자를 인터뷰하러 갔다가 만나지 못하고 되돌아가려 100m 쯤 차를 타고 가던 중 매복공격을 당해 통역자는 살해되고 자신은 납치됐었다. 그는 외부 소음이 차단되고 밖을 내다 볼 수 없는 유리창이 하나 달린 방에 감금된 채 주로 앉아서 지냈으며, 샤워를 하려면 불과 한 걸음 거리에 붙어있는 화장실을 이용했다. 자신이 갇힌 집에서 가끔 이라크 여성이나 어린애들과 접촉할 수 있었다. TV 시청만 허용되고 한번 신문을 읽을 기회가 있었을 뿐 외부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는 알길이 없었다. 납치범들은 30일 그를 차에 태워 아마리아로 데리고 간뒤 이라크 이슬람당(IIP)건물을 가리키며 풀어주었다. 연두색 터번과 회색 아랍 복장을 한 그는 석방 후 "좋은 대우를 받았다"고 밝혀 항간의 우려나 예상과는 달리 납치범들로 부터 정신적 또는 육체적 협박을 당하지는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신이 왜 납치됐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행복하고 이제 자유인이 됐다는 것"이라며 "무사히 석방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캐럴은 풀려나자마자 회사의 사무실이 있는 바그다드 호텔에 전화를 부탁했으나 IIP 관계자로 부터 거절당했으며, 워싱턴 포스트의 바그다드 사무실로 전화를 해 평소 친하게 지내던 이라크인 직원들에게 석방 사실을 알릴 수 있었다. 그 뒤 쌍둥이 자매인 케이티에게 전화를 하고, 어머니 메리 베스에게 전화를 걸어 "사랑해요. 엄마"라고 말했다. 케이티는 캐럴이 석방되기 전날 아랍계 TV인 알 아라비야에 출연, 납치 피해자의 가족이 겪는 끔찍한 고통에 대해 호소했는데, 이 것이 캐럴 석방의 단초가 됐는지도 모른다. 캐럴은 어머니에게 자기 때문에 가족들이 걱정할 것을 생각하며 매일 울었다고말했다. CSM의 리처드 버건하임 편집국장은 캐럴의 석방 소식에 "우리가 이처럼 더 행복했던 적은 없었다"면서 "전세계 모든 사람들의 기도가 응답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독일을 방문중이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그의 석방이 미국에 큰 안도와 기쁨을 주었다며 반겼다. '국경없는 기자들'은 성명을 통해 캐럴의 석방을 지원해준 아랍 언론에 고마움을 표하고 용기를 갖고 고난을 견딘 캐럴의 가족과 캐럴을 향한 전세계적 구명 노력을 치하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