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옛 상업은행이 지난 1899년에 세웠던 인천지점이 최근 한빛은행의 점포 정리계획에 따라 폐쇄됐다. 한빛은행은 지점 건물을 바로 옆에 있는 길병원에 매각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소유권이 넘어가면 건물이 헐리게 된다.인천광역시 중구 경동에 자리잡고 있는 인천지점은 상업은행의 전신(前身)인 대한천일은행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설립한 은행지점이었다. 1908년 운영난으로 인한 임시휴업과 6.25 동란 시기를 제외하고는 줄곧 인천시민들의 이웃역할을 해왔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경동 일대가 인천의 주요상권이었지만 이제는 주안과 부평으로 중심이 바뀌면서 영업실적이 크게 떨어지는 바람에 눈물을 머금고 정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상업 인천지점은 인근의 옛 한일은행 인천지점으로 통합됐다. 한일지점의 수신액이 1,350억원에 달하는데 반해 상업 인천지점은 650억원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 인천지점 현판은 한빛의 사적관으로 옮겨져 영구 보관된다.
한편 한빛은행 출범 이후 우리나라 은행 역사를 상징하던 상업과 한일은행의 「박물관급 지점」들이 대거 폐쇄되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한다. 이들 지점은 모두 매각이 추진 중인데 시내 중심지여서 매입자가 건물을 헐고 고층빌딩을 지을 것으로 보인다.
상업은행에서는 대구지점(12년 설립·선남상업은행 본점) 구포지점(〃·구포은행 본점) 부산지점(13년·부산상업은행 본점) 동래지점(18년·동래은행 본점) 등이 폐쇄돼 새로운 땅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한일은행 지점 가운데는 목포지점(34년·조선신탁 목포지점) 청주지점(39년·조선중앙무진 청주지점) 부산 광복동지점(41년·조선중앙무진 부산지점) 대전지점(45년·조선신탁 대전지점) 등이 문을 닫았다.
지난 46년에 문을 연 한일은행 종각지점(조선상호은행 본점)은 이미 팔렸다. 당초 한빛은행은 상업은행의 출발지였던 종로지점(24년 설립)도 매각하려 했으나 직원들의 하소연에 따라 철회했다. 이에 따라 종로지점만이 유일한 한빛은행의 역사로 남게 될 전망.
은행측은 『정부로부터 막대한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만큼 아무리 중요한 지점이라도 영업실적이 떨어진다면 정리하겠다는 것이 경영진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직원들은 『은행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일부 지점은 매각하지 말고 박물관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상복기자SBHA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