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고용세습'이 노사교섭 대상이라는 中勞委

근로자의 자녀가 그 근로자가 다니던 회사에 입사하려 할 경우 편의를 주는 이른바 ‘고용세습’이 노사교섭 대상이라는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고용세습은 ㈜SK 단체협상에서 ‘구조조정에 의한 조기퇴직의 경우 자녀의 고용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내용을 명문화하자는 노조의 요구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 중노위에 넘어온 사안이다. 그런데 중노위는 노사양측이 각 5명씩으로 고용안정위를 설치, 근로자 자녀 편의 제공 관련사항 등에 논의하라는 중재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고용세습 요구가 노동계에 확산돼 그렇지 않아도 겹겹이 쌓인 난제로 파열음이 큰 노사관계가 더 어려운 지경으로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중노위의 이번 결정은 기업의 부담 가중은 둘째로 치더라도 노동시장 유연성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취업기회를 제한함으로써 헌법의 평등권 정신도 침해하는 것이란 점에서 문제가 많다. 고용유연성 문제는 노동분야만이 아닌 우리경제의 핵심과제이기도 하다. 비정규직 증가 및 새 일자리 창출부족 등 고용사정 악화가 지금 경제난의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용사정 악화는 노동시장 경직성에서 비롯된바 크다. 노동시장 유연성 부족은 외국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하는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로 여기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일자리가 대물림까지 되면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는 더욱 어려워진다. 고용세습은 시대조류와도 완전히 어긋나는 것이다. 공무원 시험 등에서 국가유공자 자녀에 대한 가산점을 축소하는 등 평등권이 강조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중노위의 결정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중노위의 논리대로라면 조기 퇴직한 공무원의 자녀가 공무원이 되려고 하면 우선권을 줘야 한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특히 이런 고용세습은 노조의 힘이 강하고 고임금과 다양한 복지혜택이 주어지는 등 근무여건이 좋은 대기업이 중심이 될 것이 뻔해 좋은 일자리에 대한 취업난이 더 심화될 것이다. 이는 양극화를 더욱 부추기게 된다. 중노위의 결정은 재고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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