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잘나가던 日 국채시장도 움찔

10년만기 수익률 1.07%로 올라 3개월來 최고… 낙찰금리도 저조<br>막대한 채무 리스크 탓<br>자국 신용평가기관 R&I도 국채등급 강등 경고 나서


세계 금융시장의 격변 속에서도 요지부동의 안전성을 자랑해 온 일본 국채시장에서 마침내 진동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국채물량 대부분이 국내에서 소화되는 시장 구조상 일본이 당장 유럽과 같은 채무위기에 시달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에 데인 시장은 막대한 채무부담을 안고 있는 일본을 글로벌 금융시장의 잠재적 뇌관으로 인식하며 경계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지난달 30일 1.07%까지 올라 약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달했다고 전했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0.95% 안팎으로 떨어졌지만, 금주 들어 유럽 재정위기 고조로 독일 채권시장까지 흔들리자 이내 급등세로 돌아섰다. 이날 재무성이 실시한 2조2,000억엔 규모의 10년 만기 국채발행도 최저 낙찰가격이 당초 예상보다 낮은 100엔08전, 평균낙찰금리는 1.085%로 다소 저조한 성적에 그쳤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본 채권시장이 흔들릴 직접적 요인은 없다"면서도 "유럽의 재정불안이 일본으로 번질 수 있다는 연상작용이 금리 상승의 배경"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일본 국채가 당장 유럽처럼 흔들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이미 시장이 일본의 채무리스크를 인식하기 시작한 만큼 유럽이 진정되기까지는 불안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노무라증권의 마쓰사와 나카 수석스트래티지스트는 "일본은 자금조달시장이 안정된 만큼 유럽의 뒤를 따르지는 않겠지만, 독일 국채 하락이 멈출 때까지는 지금 같은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일본 채무 리스크에 대한 안팎의 경고가 이어지면서 시장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달 30일 일본 신용평가기관 R&I는 일본 정부가 2020년까지 재정균형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 국채 등급을 최고수준인 'AAA'에서 한 단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이미 올들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나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등급을 강등당한 바 있다. 하지만 일본의 기관이 자국의 국채등급 강등을 경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WSJ는 일부 애널리스트들의 말을 인용, 국내 기관이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경우 국내 투자자의 의존도가 높은 일본 국채시장에 훨씬 커다란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도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채무는 이미 지탱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일본의 재정이 전세계 경제에도 위험을 주는 요인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잇단 경고대로 지난 3월 대지진 피해복구와 엔고 대응을 위해 막대한 재정 수요를 안고 있는 만큼 일본이 사상 최악으로 부풀어 오른 재정적자를 해소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이날 아즈미 준(安住淳) 재무상에게 최소 2조엔 규모의 4차 추경예산 편성을 지시한 바 있다. 일본이 한 해에 4차례나 추경예산을 편성하기는 2차대전 직후 총 15차례에 걸쳐 추경을 편성했던 1947년 이후 60여년 만에 처음이다. 일본은 지난 3월 대지진 이후 지금까지 3차례에 걸쳐 총 18조엔 규모의 추경예산을 편성한 바 있어, 4차까지 합치면 올 회계연도에 늘어나는 예산이 최소 20조엔에 달하게 된다. 정부는 4차 추경은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고도 남는 세수나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국채 이자분 등으로 조달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가뜩이나 일본의 잠재적인 재정위기 가능성을 의식하고 있는 시장이 이를 정부 뜻대로 받아들여줄 지는 미지수다.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약 200%로 그리스의 125% 및 이탈리아의 101%보다 훨씬 높은 수준인데다, 정부가 매년 재정의 약 50%를 차입에 의존하는 사상 최악의 재정적자국이다. 그럼에도 시장이 탄탄하게 버티는 것은 국채의 95% 가량이 국내에서 소화되는 독특한 구조덕분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고령화 여파로 일본의 저축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거나 현재 5%대에 머무는 외국인의 국채 보유비중이 10% 이상으로 늘어날 경우, 또는 경상수지가 급속도로 악화할 경우 안정적인 조달구조가 급변하며 일본 국채시장이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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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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