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참을 필요가 없었다
제4보(55~74)
창하오는 서두르지 않고 있다. 마치 소년시절의 이창호처럼 보인다. 반면에 이창호는 최대한 돌의 능률을 살려 발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지난날의 조훈현처럼 보인다.
흑61은 두터운 수순이지만 스스로 상대의 약점을 없앴으니 이적수의 의미가 있었다. 우하귀에는 참고도1의 흑1 이하 13으로 패를 내는 강력한 노림수가 있었던 것이다. 창하오가 이 수단을 읽지 못했을 리는 없다. 아마 형세를 낙관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흑71을 보자 검토실의 한국 기사들 가운데서 다시 실소 섞인 야유가 터져나왔다.
“역시 새가슴.”
“참을 필요가 없는 데서 참고 있다.”
마땅히 참고도2의 흑1로 따내야 했다는 중론이다. 그것이면 백2로 한 대 얻어맞는 것이 아프긴 아프다. 그러나 나중에 A로 살아오는 큰끝내기가 그 아픔을 충분히 보상한다는 얘기. 창하오는 백2가 나중에 상변의 흑대마에 나쁜 영향을 끼칠까봐 염려한 모양이지만….
“그건 나중 얘기고….”
조훈현이 쏘아붙이듯 한 얘기였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5/08/03 1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