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국인이 증시 달군다 나흘째 ‘대량 사자’ 열기

`외국인이 다시 한국 주식을 사들이는 것인가.` 6월 첫날 증시가 외국인에 의해 급등하면서 이 같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들이 지난달 월간 기준으로 4개월 만에 순매수로 전환한데 이어 최근 들어 매수강도를 더욱 높여가고 있다. 2일 종합주가지수는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전주말보다 15.29포인트(2.41%)나 오른 648.71포인트로 마감하며 650선에 바짝 다가섰다. 개인이 3,325억원 어치나 내다팔며 차익실현에 나섰지만 외국인은 1,822억원어치나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외국인들은 최근 4거래일 연속 순매수에 나서며 6,779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이에 힘입어 지수는 나흘째 상승행진을 이어가며 10개월 만에 장기 추세선이자 경기선인 200일 이동평균선(638포인트)을 상향 돌파, 추가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낳고 있다. 또 유동성 장세(돈의 힘으로 지수를 밀어 올리는 장세)가 시작됐다는 성급한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지수의 추세 전환 여부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신중론이 대세다. 최근의 상승세가 국내증시의 내부의 모멘텀보다는 미 정보기술(IT)주의 상승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매수세 지속여부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성급한 기대감보다는 카드채 문제의 완전한 해결과 경기회복 등 증시 펀더멘털 개선여부를 지켜보면서 투자비중을 조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에 의해 달아오르는 증시=외국인들은 지난달 28일 이후 4거래일 연속 하루 1,000억원 이상 순매수에 나서며 증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최근 두 달 동안 절대 매수 규모가 작았다는 점에서 최근의 순매수 기조 및 규모는 의미 있는 움직임으로 판단된다. 성진경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나스닥지수가 1년여 만에 1,600선을 회복하는 등 미국 증시의 견조한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아시아 이머징마켓에서도 외국인 매수세가 가시화하고 있다”며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가격 메리트가 높아 매수세가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도 “아시아퍼시픽 펀드ㆍ이머징마켓펀드 등 해외 뮤추얼 펀드 내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어 외국인 순매수 기조는 6월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외국인의 매수세가 다른 매수 주체들에게도 긍정적인 변화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640선 안착하면 670선 돌파 시도할 듯=이날 종합주가지수는 640포인트를 단숨에 돌파하며 중기 추세선이자 경기선으로 불리는 200일 이동평균선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지난 4월 530선을 저점으로 5월 570선, 6월 630선 등 지수 저점이 점차 높아지는 긍정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 동안 마(魔)의 선으로 여겨지던 630선을 지난 주말 넘어선 데 이어 이날 200일선까지 돌파함으로써 640선 안착은 물론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매기가 최근 장세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개별 종목에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 등으로 이전되고 있는 모습은 향후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차트 분석가는 “경기를 나타내는 200일 이동평균선을 상향 돌파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미 증시의 조정 분위기가 가시화되지 않는다면 670선 돌파를 시도하는 모습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동성 장세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이날까지 주식시장이 4일 연속 상승세를 타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호전되자 유동성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주형 동양종합금융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주식시장은 저금리 기조 속에 정부의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주가가 오르는 유동성 장세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대세 상승 여부를 확신하기는 이르며 최소 두 달 정도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도 “부동자금의 유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유동상 장세라기 보다는 `유동성 기대 장세`라고 보는 게 맞다”며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까지 불확실성이 여전해 지속 가능성을 거론하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더구나 하반기 경기회복 등 증시 펀더멘털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제반 요소들이 미흡해 추세반전으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매수세를 유발하고 있는 미국 증시의 강세는 실물경기 등과 같은 펀더멘털의 개선보다는 가격 메리트, 이라크전 승전 이후 미국 사회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투자심리 호전 등이 복합작용을 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화 강세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여파에 따라 수출 모멘텀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시장을 끌어올리고 있는 내수경기 역시 카드채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 이 달 말까지는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모멘텀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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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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