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깊어지면서 기업들이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매출은 떨어지는데 원자재값은 계속 오르고 판매대금 회수도 쉽지 않다. 은행 문턱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최근에는 은행들이 우량 중소기업만을 중심으로 대출을 늘리면서 회색지대에 있는 업체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기업 500곳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1ㆍ4분기 기업자금사정지수(FBSI)가 79로 지난해 4ㆍ4분기(92)보다 13포인트 하락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는 상의가 FBSI 조사를 시작한 지난 2009년 3ㆍ4분기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중소기업은 78로 대기업(87)보다 훨씬 상황이 좋지 않았다. 매출감소(65.0%)를 꼽은 기업도 많았지만 제조원가 상승(19.7%) 등을 이유로 든 기업도 있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최근 조사 결과에서도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조달이 '곤란하다'는 업체가 30% 이상으로 나왔다. 은행권이 그만큼 대출을 옥죈다는 얘기다.
이는 중소기업 금융지원 양극화 현상과 맞물려 있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경기침체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음식ㆍ숙박 등 경기민감 업종 위주로 은행들이 대출심사를 깐깐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금융사들이 강소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은행별로 '히든챔피언'을 선정, 대출 등을 해주는데 중복기업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0월의 금융공기업 국정감사에서는 정책금융공사의 중견기업 지원사업인 '프론티어 챔프' 지원 대상 기업 23곳 가운데 12곳이 수출입은행의 히든챔피언 지원을 동시에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량 중소기업에만 돈이 몰리고 한계업체는 갈수록 자금난에 시달리는 현상이 계속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