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우기종 통계청장 "지표-현실 괴리 줄이기 노력"

"소득계층별 물가지수 등 현실 반영도 높인 대안지표 개발"



한국도 이젠 국제인구 순유입, 다문화가정 등 추세 반영… 장래인구추계 새로 발표
국내거주 50명중 1명 외국인… 외국인 고용실태 내년 첫 조사, 통계 사각지대 없애 나갈것
소비트렌드 변화 반영위해 물가기준 품목 주기적 변경, 지수 낮추기 꼼수 지적은 오해
"미래의 한국 인구는 출산보다 국제이동에 좌우될 것입니다." 우기종 통계청장은 최근 서울 논현동 경인지방통계청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이같이 전망했다. 우리 사회에서 아이 낳는 것을 기피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고령화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이상 출산율에 근거한 전통적 정책만으로는 인구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우 청장은 "이미 우리나라는 국제인구 순유출 국가에서 순유입 국가로 전환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지난 2000년부터 2005년까지만 해도 매년 평균 2만명가량의 인구가 국내에서 유출되는 추세를 보였지만 2006년부터는 연간 10만명 이상의 인구가 해외에서 유입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2006년 무렵부터 외국인 고용허가제 등 인력정책이 바뀌면서 외국인 취업자와 유학생들이 밀려 들어온 데 따른 것이다. 우 청장은 이 같은 현상을 "코리안 디아스포라(Korean Diaspora)시대가 마감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디아스포라는 집단적으로 고국을 떠나는 민족이동 현상을 가리키는 그리스어다. 디아스포라의 마감은 우리 민족이 급속히 유입되는 외국인들과 더불어 다문화국가 시대를 본격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우 청장은 "이미 지난해 국내 혼인 건수의 약 11%가 외국인과의 결혼"이라며 "출생아의 4%도 외국인 어머니나 아버지로부터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른 선진국들도 저출산 및 고령화로 출생을 통한 인구의 자연적 증가세는 둔화되는 반면 글로벌화로 인한 국제적 인구이동 현상은 가속화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통계청도 앞으로 다문화가정 등 다양한 추세를 반영한 장래인구추계를 새로 발표할 예정이다. 해당 통계는 지난해 실시했던 인구 센서스를 바탕으로 오는 2060년까지의 우리나라 인구 추이를 전망하는 내용을 담게 된다. 우 청장은 "외국인 고용통계도 개발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제 국내 거주자는 50명 중 1명꼴로 외국인"이라며 "외국인 100만명 시대에 대비해 외국인력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겠다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통계청은 5~6월께 외국인 고용통계를 위한 조사에 착수해 늦어도 연말까지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물론 올해 처음 만들어질 외국인 고용통계가 첫술부터 배부른 수준이 되기는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우 청장은 "우리나라로 입국할 당시에는 외국인이던 사람들이 이후 대한민국 국적으로 귀화했거나 내국인과 혼인하는 등 시시각각 신분변화를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외국인 중 불법체류 근로자들을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한계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통계 사각지대에 있던 외국인 고용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일단 첫 발을 떼는 게 중요하다는 게 우 청장의 생각이다. 우 청장은 요즘 고용 관련 지표를 되짚어보고 정부 정책방향에 올바르게 반영되도록 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그는 "최근 일부 보도를 통해 젊은이들의 고용률은 줄고 50대 고용률은 늘었다고 알려지고 있는 데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라며 "오히려 직업현장에 처음 뛰어드는 25세부터 34세까지는 고용률이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상하게 35세부터 39세 사이의 고용률이 줄었는데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내고 대책을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최근 50대 연령의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추세에 대해 "베이비부머들이 이제 막 50대로 진입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풀이했다. 예를 들어 지난해 49세였던 베이비붐 세대의 자영업자라면 올해 당연히 50세 자영업자로 잡히게 되는데 당분간은 이 같은 추세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우 청장은 우리나라의 실업 문제를 진단할 때는 반드시 문화적ㆍ사회적 특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10월의 실업률은 2.9%를 기록해 매우 낮은 수준을 나타냈는데 이는 우리 국민의 대학진학률이 높고 남성의 경우 일반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할 나이인 만 19세에 징병검사를 받은 뒤 군에 입대하는 등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는 탓이다. 즉 실업률은 취업 의사가 있는 사람들만을 기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당장 취업의사가 없는 대학생과 군입대자들은 실업자 통계에서 애초부터 제외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외국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자영업자 비중이 높다는 점과 전업주부들이 많다는 점도 실업률 통계의 착시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 청장은 설명했다. 우 청장은 이처럼 기존의 고용률이나 실업률 지표만으로는 정확하게 우리나라의 취업현황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자리지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일자리지표에 대해 "우리나라에 일자리가 모두 얼마나 있고 그 일자리가 어떤 산업 분야에 있으며 형태가 풀타임인지 파트타임인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 지표와 기존의 실업ㆍ고용지표를 비교해보면 정확한 취업현황을 파악할 수 있고 이를 기초로 보다 정밀한 고용정책을 짤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우 청장은 마침 통계청이 가장 바쁜 시기에 사령탑을 맡게 됐다. 변화하는 시대상에 발맞춰 현실을 보다 정확히 반영하는 통계를 개발하는 와중에 청장으로 부임한 것. 우 청장은 당장 연말까지 국가통계 표준ㆍ통합관리 체계인 '나라통계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현재 국가통계는 모두 852종에 달하는데 이중 모든 통계의 근간이 되는 핵심 54종은 통계청이 만들지만 나머지는 다른 정부 부처 및 기관들이 생산한다. 이와 관련해 우 청장은 "정부의 모든 통계생산 기관들이 데이터를 조사해 모으고 이를 가공ㆍ분석하는 과정을 표준화해 국가 통계의 격을 한층 높이겠다"고 자신했다. 그는 또한 경제 총조사 발표와 2060년 장기인구추계 등의 업무를 완료해야 한다. 아울러 임기 내에는 국내 첫 일자리현황 자료인 '임금근로일자리행정통계'를 비롯해 기업패널조사통계, 일과 가사생활을 양립하는 국민을 위한 통계,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통계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물론 정부가 아무리 새로운 통계기법을 개발한다고 해도 분석 결과가 국민이 체감하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면 신뢰를 받기 어렵다. 요즘 정부의 고용률 통계와 소비자물가지수 자료가 논란을 빚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에 대해 우 청장은 사회변화와 현실을 보다 자세히 분석할 수 있는 대안지표들도 개발해 기존 통계와 병행,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물가지수의 경우 기술적으로 쉽지는 않겠지만 소득 5분위로 나눈 계층별 물가지수를 별도 개발하는 것도 저울질하고 있다. 다만 우 청장은 통계에 대한 쟁점 가운데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도 적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넓히는 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소비자물가지수 산정방식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정부가 일부 민감품목을 제외해 물가지수를 떨어드리려는 꼼수를 부린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는데 이는 오해"라고 해명했다. 예를 들어 소비자물가지수 산정기준을 바꿀 때 품목의 제품이라도 보다 값이 저렴한 규격품에 대해서는 가중치를 높여 물가반영 비중을 늘리고 비싼 규격품의 가중치를 낮추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데 이는 물가를 의도적으로 낮추기 위한 통계왜곡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 청장은 "같은 품목의 제품이라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규격 제품보다 저렴한 규격 제품의 소비가 늘어나는 게 시장 원리상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이를 통계상 가중치 조정을 통해 반영하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우 청장은 이어 "보다 깊이 있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며 "미래학자와 같은 심정으로 우리 사회의 장래를 분석하고 정부의 정책을 뒷받침하겠다"고 다짐했다.
말하기 보다 말 들어주는 경청 리더십
■우 청장은
세제·금융·통상 분야 두루 섭렵… 총무 등 행정지원 경험도 풍부
지난 7월22일 정부 대전청사의 한켠. 우기종 통계청장의 취임식이 열리는 가운데 생소한 광경이 시선을 끌었다. "숫자의 힘을 믿는다"며 취임사를 아주 짤막하게 마친 우 청장이 "제가 통계청을 어떻게 꾸려가면 좋겠냐"고 좌중에게 질문을 던진 것이다. 취임식 도중 미니 간담회가 이뤄진 셈이다. 이에 직원들이 화답해 연달아 건의사항을 발표했고 우 청장은 이를 꼼꼼히 체크하며 경청했다고 한다.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그의 첫 마디는 "사람의 마음과 사회를 읽어내는 통계청을 만들겠다"는 다짐이었다. 주장하기보다는 상대방에게 귀를 열고 소통하려는 우 청장 리더십의 일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 청장은 행정고시 24회로 옛 재무부와 재정경제부ㆍ청와대 등을 넘나들며 세제ㆍ금융ㆍ통상 등 경제 분야를 섭렵했다. 또한 총무와 의사 등 행정지원업무 분야를 도맡았던 경험도 있어 정책기획과 행정실무 등 다방면에서 활약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공직생활을 함께 했던 지인들은 우 청장의 성품에 대해 "올곧다" "신중하지만 한번 결심하면 망설임이 없다"고 전했다. 우 청장은 소주 1~2병 정도는 거뜬한 주량을 가졌지만 담배는 피우지 않는다고 한다. 원래 그도 애연가였으나 기획재정부 총무과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0년대 초반 같은 부처 후배였던 윤종원 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의 권유로 동기인 신제윤 현 기획재정부 차관 등과 함께 지방의 한 유명 사찰을 찾아 도력 높은 스님의 '참선치료(?)'를 받은 뒤 곧바로 금연을 결심했다. 우 청장이 좋아하는 스포츠는 배구ㆍ축구다. 훤칠한 체격에 솥뚜껑만한 손을 보면 그가 배구로 한가락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다만 축구 실력에 대해서는 "참 열심히 하는데 그렇게 실력이 늘지 않는 사람은 처음 봤다"는 동료 공무원들의 우스갯소리를 듣는다. ◇약력 ▦1956년 전남 신안 ▦경기고 ▦서울대 경영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보스턴대 대학원 경영학과 ▦행시 24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의사총괄과장 ▦재정경제부 총무과장·의사총괄과장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실 국장 ▦재경부 경제자유구역기획단 기획국장 ▦한미FTA체결지원단 기획국장 ▦자유무역협정 국내대책본부 전략기획단장 ▦녹색성장위원회 녹색성장기획단장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