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의 끝은 어디인가.’
29일 원ㆍ달러 환율이 8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자 환율의 ‘바닥’이 어디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소 시차가 있을 순 있지만 연내 1,100원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초 내년쯤 1,120원선을 전망했지만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환율이 내려가 1,120대가 무너진 마당이어서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상황”이라며 “기본적으로 달러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나 연내 1,100원선은 지켜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종수 외환은행 차장 역시 “시장에서는 1,100원을 바닥으로 보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지난 9월 기준 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자본수지도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등 국내 달러공급이 워낙 많기 때문에 환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 차장은 “그동안 정부 개입으로 많이 억눌렸던 원화절상 압력이 봇물같이 터진 것”이라며 “최근 글로벌 달러약세 기조는 환율하락을 촉발한 방아쇠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금리인상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서도 하락과 상승 요인이 모두 있지만 시장에서 환율상승(원화약세) 요인은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 과장은 “중국의 금리인상은 장기적으로 위앤화 절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환율하락 요인이 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수출위축에 따른 원화약세(환율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 분위기가 환율하락이라는 한 방향으로 급격히 쏠리자 당국의 개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이렇다 할 개입조짐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하 차장은 “개입이 있기는 했지만 달러 매도물량을 소폭 흡수하는 정도로 개입이라고 할 수 없는 규모였다”고 전했다.
한국은행을 필두로 ‘구두개입’은 강도 높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여력에 대해 의구심을 보이고 있지만 중앙은행은 정부와 달리 달러를 매입할 때 이론적으로 코스트가 제로인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규모 개입을 예고하는 대목으로 해석되지만 전세계적으로 달러약세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만큼 정부가 나선다고 해도 속도조절 차원에 불과하며 방향을 바꾸기는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