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바다의날 특집] 21세기 청해진의 부활

[기고] 장승우 해양수산부장관

[바다의날 특집] 21세기 청해진의 부활 [기고] 장승우 해양수산부장관 최근 한 경제석학은 고별강연에서 우리 경제의 향후 진로에 대해 다음과 같은 충고를 했다. “장기적으로 중국, 일본과 함께 통합시장을 결성하는 것만이 한국경제가 살 수 있는 길이다. 일부에서는 거대중국의 예속시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이대로 가면 통합을 안 해도 중국경제에 흡수될 수 밖에 없다.” 어떤 형태로든 동북아 시장의 통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향후 우리나라의 역할은 무엇일까. 여기엔 많은 고민이 따른다. 그날 강연자는 기술개발센터로서의 역할을 제기했다. 하지만 동북아 물류센터로서의 역할은 어떤가. 동북아시아를 하나의 시장으로 볼 때 각 나라의 소비자들은 생활방식이나 수준면에서 많은 차이를 안고 있다. 통합시장의 소비자군은 규모나 다양성에서 과거와는 비교가 안될 것이다. 각 나라에 분포돼있는 소비자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물류시스템이 필수적으로 요청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상품의 적기 배송을 위해선 생산기지와 별도로 육로와 해로, 항공망이 잘 갖춰진 지리적 중심부에 물류센터를 조성하는 것이 기업의 불가피한 전략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전망을 토대로 할 때 우리나라는 한·중·일 통합시장 나아가 동북아 물류중심지로서 손색이 없는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이같은 비전은 지금으로부터 1200여년전 장보고라는 역사적인 인물에 의해 이미 현실화됐던 적이 있었음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당나라와 일본을 연결하는 해로의 중심에 위치해 당시 중계무역의 중심이 됐던 청해진에선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경제활동이 이뤄졌을 수도 있다. 청해진에는 멀리 아라비아와 동방에서 흘러들어온 각종 물품들을 보관하는 대규모 물류창고가 존재했을 것이다. 각 나라에서 들어온 물건을 재분류하고 포장해 다시 내다파는 과정에서 엄청난 부가가치가 창출됐을 것이다. 많은 인부들이 부산히 오가며 일본과 중국, 멀리 동남아와 아라비아 등지에서 건너온 각종 재화와 진기한 물품들을 운반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구상된다. 그로부터 1200여년뒤 이 땅의 후손들이 국가적인 역량을 모아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물류중심지로의 비전이 바로 그것이 아니던가. 동북아물류허브 비전은 이렇듯 역사적인 검증이 뒷받침된 우리 민족의 21세기 국가생존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에는 우리보다 더 부강한 당나라가 있었다. 오히려 그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중국을 상대로 자신감을 잃고 있는 우리의 모습은 아닌지 냉정하게 판단해볼 일이다. 모든 것은 시장의 선택에 달려있다. 문제는 시장의 선택에서 실패하지 않기 위한 노력을 충분히 기울이고 있는가에 놓여있다. 정부는 연차적으로 부산항과 광양항을 대규모 물류단지를 갖춘 최첨단 항만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이들 항만은 기존의 화물반출입 창구로서의 존재가치를 넘어 조립과 가공 등의 부가가치 활동이 이뤄지는 종합 물류거점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에 두 지역을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해 입주 기업에 대해 법인세 및 관세 감면 등의 세제혜택을 부여하고 저렴한 부지임대료를 책정하는 등 경쟁국과 비교해 유리한 경영여건을 제공할 계획이다. 국내외적으로 가장 우려하는 노사관계와 관련해서도 지난 4월에 항운노조와 사업자, 해양수산부가 항만 노사정 평화선언을 갖고 안정된 경영환경을 조성해나갈 것을 대내외적으로 선포했다. 냉철한 현실인식과 더불어 현 시점에서 우리가 다잡아야할 것은 걱정과 회의가 아니라 확고한 비전이다. 본격적인 투자유치활동을 통해 머지 않아 외국기업이 들어서게 되면 부산항과 광양항은 21세기형 청해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다. 입력시간 : 2004-05-30 16:53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