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마음코칭] 날마다 좋은 날, 날마다 새로운 삶

변함 없는 듯한 강물도 늘 새 물… 인생도 매일 새롭게 태어나는 것

인연의 화합에 의해 변화 이뤄져

집착 버리고 지금 이 순간 집중해야… 허깨비 같은 날, 생동감 있게 만들어



추석을 지냈다. 고향의 부모님도 찾아뵙고 친인척들과 반가운 만남도 가졌을 것이다. 오랜만에 마주한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속에는 기쁨도 있었을 것이고 가슴 아픈 사연들도 있었을 것이다. 누구는 승진했다더라, 누구는 아파서 병원에 누워 있다더라, 누구는 바빠서 추석에도 쉬지를 못한다더라 등 희로애락의 소식들이 넘쳐났을 것이다.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삶은 생로병사의 큰 바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인간사에서 크게 보면 아등바등할 것이 없는 듯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의 크고 작은 일들에 울고 웃으며 일일이 반응하며 산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상의 작은 바퀴가 생로병사라는 인생의 큰 바퀴를 자꾸만 잊어버리게 만든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죽는다'는 큰 명제만 매일 챙겨봐도 삶의 태도는 많이 달라질 수 있을 텐데 말이다.

흘러가는 강물을 보고 있으면 삶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강물이 변함없이 흐르는 듯 보이지만 물은 늘 흘러가버리고 그다음 물이 온다. 늘 새 물인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도 이와 같다. 같은 날처럼 보이는 일상이지만 늘 새날이 온다. 새로울 것 없이 그날이 그날 같은 하루가 '날마다 좋은 날'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날마다 좋은 날을 살아가는 나 또한 이런 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내 몸의 세포는 나날이 죽고 새 세포가 만들어진다. 김치가 매일매일 조금씩 발효돼 익어가듯 매일매일 조금씩 조금씩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니 어제와 같은 나는 없다. 늘 새로운 나로 나날이 태어나는 것이다. 내 몸 또한 날마다 좋은 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마음은 어떠할까. 마음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이 드물다. 그것은 마음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백 번, 아니 수천 번 널뛰듯 바뀌는 것이 마음이다. 나쁘게 보면 변덕쟁이 마음이고 좋게 보면 순간순간 새로운 마음을 쓸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다. 날마다 새로운 세상에서 날마다 새로운 몸으로 날마다 새로운 인생을 사는 열쇠는 마음이 쥐고 있다. 그러니 마음을 날마다 새롭게 쓸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 흘러가는 강물 같은 우리의 삶에 늘 새 물을 흘러들게 하는 비법이 될 것이다. 샛강이 맑아야 본류가 맑다. 인생의 본류를 새롭고 맑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가 순간순간 쓰는 샛강 같은 마음을 맑은 마음, 바른 마음, 새로운 마음으로 바꾸어 쓰는 길밖에 없다.


'무상(無常)이 있어 희망이 있다'고 노래한 시인이 있다. 무상이란 모든 존재는 인연의 화합으로 만들어진 일시적 존재이므로 항상 하고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세상이나 사람을 아무리 붙잡아두려 해도 그것은 언제나 변화 소멸하는 것이므로 집착하게 되면 고통을 낳게 된다. 그러므로 제행무상(諸行無常)의 이치를 깨닫고 세상과 사람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면 마음의 평안을 얻게 된다. 변화하는 것을 그대로 보고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행복과 평안의 길이며 날마다 좋은 날, 날마다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출발점이다. 오늘 미운 사람도 내일 조건이 바뀌면 그 미움이 사라질 수 있으며 오늘 좋은 사람도 내일 미워질 수 있다. 건강했던 내 몸이 병들 수도 있으며 영원할 것 같던 삶도 끝나는 순간이 온다. 삶의 순간순간을 채우고 있는 수많은 조건들이 수시로 변화할 수 있음을 똑바로 인식하고 집착 없이 지나간 것에 대한 후회와 아직 오지 않은 것에 대한 걱정을 떨쳐버리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 하루하루를 새날로 산다면 비록 내일 죽음이 온다 해도 오늘로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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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의 화합에 의해 만들어진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꿈과 같고, 물거품 같고, 허깨비 같고, 그림자 같다. 또한 이슬과 같고 번갯불과 같으니 응당 이와 같이 이 세상 모든 것들을 관해야 한다." 금강경에 나오는 구절이다.

꿈 같고 물거품 같고 허깨비 같은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가. 이 물음은 꿈 같고 물거품 같고 허깨비 같은 오늘을 생동하게 만드는 묘약이다. 이 묘약을 먹은 사람은 날마다 새로운 날을 사는 사람들이다. 모든 존재의 오늘이 날마다 좋은 날이기를 발원한다.

오경 안동 보경사주지스님· 정해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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