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개혁안 처리 무산이 공무원연금보다 훨씬 방대하고 복잡한 문제인 국민연금 개혁을 연계한 새정치민주연합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새정치연합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국회 규칙의 부칙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명기하는 서류를 첨부키로 한 원내 지도부간 잠정 합의를 파기한 게 원인이라고 맞섰다.
새누리당은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새정치민주연합의 몽니 부리기로 끝내 처리되지 못해 매우 유감”이라며 “국민께 부담을 주는 국민연금 제도변경은 국민적 합의와 사회적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에 대해서도 “공무원연금 개혁을 약속했던 문 대표의 발언이 허언이었는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 새누리당은 합의 파기로 이 같은 사태를 초래한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문 대표는 “청와대 말 한마디에 여야가 함께 했던 약속이 헌신짝처럼 내팽겨쳐졌다. 참으로 통탄스러운 일”이라며 “(청와대는) 근거없는 수치와 연금 괴담을 유포하며 국민을 호도하더니 여야 합의마저 뒤집었다. 청와대에 동조한 새누리당의 야당 무시, 국회 무시, 의회 민주주의 무시로 정치도 실종됐다”고 주장했다.
이번 연금 개혁 무산의 손익 계산을 따져보면 국정을 책임진 여권의 타격이 더 크다는 게 중론이다. 지도부 책임론에 당청 균열, 계파 갈등 조짐까지 이른바 ‘총체적 난국’을 맞게 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우선 최우선 개혁 과제 실현이 9부 능선에서 좌초된데다 당의 ‘비주류 투톱’인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도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해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롯한 친박(친박근혜) 주류 인사들이 여야 합의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계파 갈등 양상마저 엿보인다.
당청간 갈등 기류도 재연되는 분위기다.
특히 당청이 기본적인 ‘소통’마저도 단절된 듯한 모습으로 외부에 비쳐지는 등 당과 청와대 모두 정치으로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을 맞고 있다.
새누리당은 청와대에 ‘소득대체율 50% 명기’와 관련한 협상 상황을 충분히 알렸다고 밝힌 반면, 청와대는 그런 사실을 당에서 알려온 적이 없다고 설명하는 등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는 이날 공식적으로 ‘선(先) 공무원연금 개혁-후(後) 국민연금 개혁’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함으로써 앞으로 펼쳐질 ‘연금 정국’에서 분명히 선을 그었다.
야당 역시 국민연금 개혁 없는 공무원연금 개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상황이어서 연금 협상이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시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