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이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변동성이 큰데다 한번 급락한 채권가격은 제자리를 찾아가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효성과 LG텔레콤, 카드사와 캐피털사의 회사채들이 대표적 사례로 신용등급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업평가는 22일 평가대상 기업 가운데 ▦투자등급(BBB-) 이상이고 ▦발행잔액이 1,000억원을 넘는 94개 기업을 대상으로 회사채 금리와 신용등급별 기준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효성ㆍLG텔레콤 회사채와 카드채 등이 신용등급에 비해 저평가됐다고 밝혔다. 신용등급이 A-인 효성은 과도한 단기자금 의존과 해외 부문에 대한 정보부족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면서 지난해 10월에는 신용등급이 한 단계 낮은 BBB+등급보다도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LG텔레콤(BBB+)은 통신사업에 대한 장기비전에 대해 시장이 확신을 갖지 못하면서 지난해 4월 같은 등급의 회사채보다 90bp(1bp=0.01%포인트)나 높은 금리에 거래되다가 다소 낮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60bp나 차이를 보이고 있다. 회사채 금리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채 가격이 저평가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카드사도 채권가격이 급락했다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ㆍ롯데ㆍ현대카드 등은 지난해 초 같은 등급 기준수익률보다 300~400bp나 높은 금리로 거래되는 등 신용등급은 전혀 고려할 대상이 아니었다. 지난해 말 65~100bp 수준까지 금리차이가 좁혀지기는 했지만 신용등급에 비해 제 가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캐피털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신용등급이 상승한 산은캐피탈을 제외하고 대부분 할인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신용등급이 AAA인 SK텔레콤의 경우도 SK네크웍스의 분식회계 파문으로 지난해 초까지 같은 등급의 기준수익률보다 35bp나 높은 금리에 거래됐고 SK(AA-)도 100bp 이상 높은 금리로 거래되다가 지난해 4월 SK네트윅스 문제가 해소되면서 빠른 속도로 저평가를 해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LG그룹 계열사들도 LG카드 사태와 관련된 그룹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큰 폭으로 저평가됐다가 지난해 4월 이후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LG전자(AA-)는 신용등급에 비해 낮은 가격에 거래되다가 최근 저평가를 해소했다. 최경식 평가기준팀장은 이와 관련, “대부분의 회사채는 장기적으로 신용등급별 기준수익률에 수렴했지만 저평가가 해소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채권시장이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해 변동성이 크다는 특성에다 신용등급이 올라도 유동성과 투명성 등에 대한 우려감이 쉽게 해소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