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 대학들이 올 입시에 경쟁적으로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고 있으나 이 제도의 핵심인 입학사정관 10명 중 9명이 비정규직이어서 제도 정착에 큰 구멍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입학사정관 신분 보장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하루 빨리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17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파악한 입학사정관 173명 중 정규직은 17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156명이 비정규직이었다. 최근까지 각 대학들이 추가로 채용한 입학사정관 45명도 거의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는 비정규직인 것으로 파악됐다. 입학사정관의 다수가 비정규직인 것은 대학들이 재정적 부담 때문에 정규직 채용을 꺼리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내부의 자발적 의지보다는 정부 정책에 따라 입학사정관제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입학사정관 채용과 신분 보장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신분이 불안한 입학사정관들이 다른 직종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인력풀이 형성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각 대학들이 선발 인원을 경쟁적으로 확대하면서 대학 간 인적 이동도 빈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될 경우 해당 대학의 특성화된 입학전형을 개발하고, 건학이념과 교육철학을 체화해 이를 입시에 반영한다는 입학사정관제의 도입 취지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됐다. 이와 관련, 한 대학의 관계자는 “대부분의 미국 대학에서는 입학사정관으로 고용되면 정규직 신분으로 정년을 보장 받고, 업무가 많은 입학 시즌에 한해 시간제 입학사정관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다”면서 “입학사정관의 전문성 확보와 고용형태는 별개의 문제라는 시각이 있지만 입시의 안정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임용 요건을 점진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지정되는 선도대학부터 입학사정관을 적극적으로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양성관 건국대 교수는 “정부에서 10억~30억씩 지원 받는 대학이라면 정규직 위주로 운영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평가기준에 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입학사정관에 대해 정규직 채용을 대학에 권장했던 교과부는 올해 선도대학 선정 평가 요소에 정규직 비율을 반영할 계획이다. 입학사정관의 지위와 법적 책임 등 법적 근거도 없이 각 대학 내규로 제도가 운영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크다. 현재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교과부의 기본계획에 따라 시행되고 있고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입학사정관제와 관련해 김선동 한나라당 의원이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지만 입학사정관 채용과 정부 지원 근거를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입학사정관의 자격 기준과 역할, 업무 범위가 각 대학마다 천차만별이다. 특히 입학사정관 전형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올 입시에서는 전형의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수험생ㆍ학부모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거의 대학 자율에 맡겨져 있어 상당한 혼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부의 대학 입시 자율화 방침에 따라 입시 업무를 대부분 넘겨 받은 대교협이 하루빨리 입학사정관 전형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각 대학들이 자체 내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됐다. 한 사립대 입학팀장은 “아직 제도 도입 초기라 입학사정관의 직무 자체가 정리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 예산 지원을 염두에 두고 선발 인원을 크게 늘린 측면도 있다”면서 “당장은 정부 지원이 필요하지만 각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의 효용성을 인정한다면 인건비를 포함해 안정적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