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마음코칭] 천상천하유아독존의 진정한 의미

온국민 가슴 관통한 '세월호 침몰' 상처 치유 위해선 고통 받아들이고 문제의 책임 내게 있다고 느껴야

우리 모두가 스스로 변화할 때 안전하고 아름다운 세상 만들 수 있어

오경 스님



지금 온 나라가 아프다. 화살을 맞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침몰'이라는 그 화살은 전국민의 가슴을 관통하고 아직도 뽑히지 않은 채 고통을 주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 화살이 우리를 겨누고 있다. 어쩌면 이미 활시위를 떠나 우리를 향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말라"는 부처님 말씀이 있다. 예고 없이 날아든 첫 화살은 피할 수 없이 맞았다. 피가 철철 흐르고 고통이 극에 달하는 절박한 시점,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화살을 누가 쏘았는지 어느 방향에서 날아왔는지 무슨 성분으로 만들어졌는지를 따지고 분석하는 동안, 목숨이 경각에 달릴 수도 있다. 우리는 그 수많은 논란에 앞서 우선 그 화살을 뽑아내고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 먼저 그 슬픔을 서로 위로하고 인생무상을 생각하면서 죽음과 불행을 받아들여야 한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고통스럽지만 아무리 큰 불행과 고통도 받아들이면 마음이 평안해진다. 인생을 크고 넓게 보고 우리 모두에게 다가올 죽음을 생각하면서 우리는 근본적으로 선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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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문제 해결의 열쇠를 자기 자신에서 먼저 찾지 않고 온갖 부정적인 생각과 상대 비난, 책임 전가 등으로 일관한다면 두 번째 화살을 피하기 어렵다. 지금 우리 앞에 중요한 과제가 있다고 치자. 그 과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고 또 누구든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 '누군가 그 일을 하겠지.' 그러나 모두가 '누군가 해주겠지'하는 생각만 하고 누구라도 할 수 있었던 일을 아무도 하지 않는다. 그 결과, 그 중요한 과제는 성사되지 못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또 이런 생각을 한다. '왜 사람들은 그 일을 하지 않는 거냐'고. 모두가 남 탓을 하다가 끝나고 만다. 어떤 문제가 일어나면 '나라가 잘못했다' '저 사람이 나빠서다'며 나에게는 전혀 책임이 없는 듯이 시선을 밖으로 돌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문제에 대해서 백 퍼센트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으면 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자신이 백 퍼센트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아이·사촌·친척·부모 등 그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그들이 상처받는 일들이 일어나고야 만다. 모든 병과 사고·잘못들은 이런 원리로 반복되고 있다. 이제 그 반복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나 한사람부터 백 퍼센트 책임을 통감한다면 결국 세상의 모든 이들이 백 퍼센트 책임을 느끼게 되는 결과에 가 닿는다. 백 퍼센트 나에게 책임이 있다는 걸 받아들이고 욕심이 문제임을 깨닫고 욕심의 절제만이 문제 해결의 열쇠임을 인정하고 스스로 내면을 정화하고 행동을 바꿔나가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그러면 세상이 바뀌지 않을 수 없다. 부처님이 태어나신 후 처음으로 말했다고 전해지는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의 진정한 의미는 여기에 있다. 우리 모두는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유일무이한 주체이며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독존인 것이다. 화사한 오월, 이 아픔을 승화시켜 안전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 그 어린 생명들을 희생시키고 살아남아 미안한 우리가 해야 할 임무이자 사명이다. 그것은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모든 일은 마음이 근본이다. 마음에서 나와 마음으로 이뤄진다. 나쁜 마음을 가지고 말하거나 행동하면 괴로움이 그를 따른다. 수레바퀴가 소의 발자국을 따르듯이. 바르고 아름다운 마음은 바르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추하고 더러운 마음은 추하고 더러운 세상을 만든다. 나는 진정 정직하고 자기 일에 성실하며 자기 욕심을 채우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잘못하고 있는 나라도 문제투성이인 사회도 실망스런 정치도 모두 사람이 구성원이 돼 굴러가고 있으니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뜻을 아는 한사람이 절실하다. 개인의 이익보다는 전체의 이익을 위하고 나와 남을 둘로 보지 않는 자비심를 품고 타인의 생명을 내 생명같이 귀히 여기는 그런 한사람 말이다.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고 또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라면 지금 내가 해야 한다. 지금 내가 선 이 자리에서 이 세상은 내가 만든 세상임을 인정하고 백 퍼센트 내 책임임을 통감하고 나를 바꿔야 세상이 바뀐다는 생각으로 정의롭고 성실하고 아름다운 행동을 하는 나로 바꾸는 것이 피가 철철 흐르는 상처를 아물게 하는 최선책이며 두 번째 화살을 맞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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